[정유신의 핀테크스토리]AI 에이전트가 여는 금융의 '생산성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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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넥스체인지 대표 겸 AI디지털경제금융포럼 의장

금융산업의 인공지능(AI) 활용이 AI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생성형 AI를 이용할 때는 사람이 개별 업무마다 지시해야 했지만, AI 에이전트는 목표만 주어지면 여러 단계의 업무를 스스로 연결해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객이 대출을 신청하면 AI가 소득과 신용정보를 분석해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고 심사에 필요한 절차까지 연결해 수행하는 식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금융회사의 생산성과 비용구조, 나아가 금융산업의 경쟁 질서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관심을 끄는 이유는 뭔가. 첫째, 복잡한 금융업무의 통합적 자동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기존 생성형 AI가 정보검색과 문서작성 등 개별 업무에 그때그때 활용되었다면, AI에이전트는 고객정보 확인부터 신용분석, 심사자료 작성, 사후관리까지 다단계를 연결해서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다.

둘째, 노동생산성과 비용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다. 반복적인 업무와 정보분석에 투입되던 시간을 줄이고, 금융인력을 고객관리와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시켜 생산성과 수익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

셋째,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수익 기회다. 고객의 소득과 소비, 자산과 부채, 투자성향 등을 분석해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적시에 제안하고 개인별 자산관리와 금융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26년 보고서에서 AI 에이전트의 확산으로 2030년까지 소매 은행의 비용을 30~40% 절감하고 수익성을 약 30% 개선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회사에선 실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투자분석 플랫폼인 스펙트럼 IQ를 통해 9만개 증권과 2200만건의 문서를 분석 대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AI 투자지원 기능인 스마트 모니터를 통해 투자 정보 분석 시간을 약 80% 단축했다. 한마디로 5배의 생산성 제고다. 자산관리사 지원시스템인 커넥트 코치 역시 25개의 전문 AI 에이전트만으로 약 1만 2000명의 직원에게 고객별 투자 정보와 상담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맥킨지가 소개한 익명의 해외 금융회사는 여러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기업의 재무위험을 분석하고 신용평가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함으로써 관련 업무시간을 약 50% 단축했다고 한다. 이들 사례는 AI 에이전트 활용이 금융인력의 단순 대체가 아니라, 이들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서 동 분야의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거나 보다 전문적인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성 혁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관심을 끄는 건 여간해선 메이저 금융시장 진입이 어려운 중소 금융회사와 핀테크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단 점이다. 브라질의 디지털은행 아지뱅크는 AI에이전트를 활용해 대출 상담과 고객 응대, 영업 기회 발굴 등을 자동화하고 있다. 특히 대출상담 에이전트는 월 2만 2500건의 문의를 처리하고, 이 중 75%를 상담직원에게 연결하지 않고 해결했다.

스웨덴 핀테크기업 클라르나 역시 AI 기반 고객지원 시스템을 통해 상당수의 고객상담을 자동화하고 운영비용을 절감했다. 이들 사례는 제한된 인력과 조직으로도 금융서비스의 처리능력과 운영 효율성을 대폭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산업은 대규모 인력과 자본, 광범위한 영업망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규모의 경제' 논리가 AI 에이전트 혁명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AI 에이전트의 도입이 바로 경쟁력 향상을 뜻하진 않는다. 금융 데이터 확보와 표준화, 인터페이스(API)를 통한 내외 시스템의 안정적 연결 등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AI 에이전트의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잘못된 판단에 따른 금전적 손실, 책임소재의 불명확성, 개인정보 유출과 알고리즘 편향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음도 주지해야 한다.

따라서 AI 에이전트 활용은 정보분석과 자료 작성 등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업무부터 확대하되, 대출 승인이나 투자 실행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인간의 감독과 승인 절차를 유지하는 단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 금융권도 AI 금융비서와 초개인화 자산관리, 내부통제 자동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핵심 금융업무의 자율적 실행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앞으로는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과 시스템 연계를 확대하고, AI 에이전트의 권한과 책임에 관한 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 금융회사와 핀테크가 전문인력과 기술인프라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 하에 공동 기술 기반과 실증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AI 에이전트는 대형 금융회사의 경쟁우위를 강화할 수도 있지만, 기술 활용 역량을 갖춘 중소 금융회사와 핀테크에는 기존 경쟁 구도를 바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결국 AI 에이전트 시대의 금융 경쟁력은 기업 규모뿐 아니라 AI 기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구현하는데 달려 있다 하겠다.

정유신 넥스체인지 대표 겸 AI디지털경제금융포럼 의장

넥스체인지 대표 겸 AI디지털경제금융포럼 의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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