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혁명과 자국우선주의 심화로 글로벌 경제 판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표준은 단순한 기술적 기준을 넘어, 국가 차원의 산업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이자 시장 제패의 핵심 무기입니다.”

지난 12일 산업통상부 제30대 국가기술표준원장으로 취임한 김규성 신임 원장은 현 글로벌 경제 상황을 과거 1~3차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문명 대전환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 선진 기술을 쫓던 '추종자(Follower)'의 꼬리표를 확실하게 떼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정하는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는데 '표준'을 통해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의 표준 경쟁력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 입증되고 있다. 최근 파리 ISO(국제표준화기구) 총회에서 인도와 오스트리아와의 치열한 경합을 뚫고 2027~2029년 이사국 연임에 성공했다. 국가표준(KS)은 1962년 제정 당시 생필품 등 43종에 불과했지만, 현재 2만2000여종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국제표준화 활동 순위도 세계 7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누적 1514건의 국제표준 제안과 297명의 ISO·IEC 임원을 확보한 한국은 지난해 서울에서 '제1차 국제 AI 표준 서밋'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글로벌 AI 표준 논의까지 주도하고 있다.
국표원은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제조 AI(M.AX)'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표준 경쟁력 확보에 드라이브를 건다. 김 원장은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은 결국 M.AX에 달려 있다. 공정과 설비의 데이터·시스템을 하나로 연결하기 위해선 표준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국표원은 2030년까지 AI 미래차·드론·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 140여종의 핵심 국가·국제표준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스마트제조 표준화위원회(SC65F) 간사국 수임을 발판 삼아 산업 전반의 AI 대전환을 강력히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인증 제도와 무역기술장벽(TBT)도 대대적으로 수술대에 오른다. 김 원장은 “표준과 인증이 기업을 얽매는 규제가 아닌 '성장 사다리'가 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35만건에 달하는 해외 인증 정보를 통합한 AI 기반 정보포털을 맞춤형 서비스로 고도화하고, 국내에서 발급 가능한 해외 시험·인증을 늘려 수출 기업의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당장 내년 3월부터는 자체 생산 공장이 없는 첨단 신산업 분야의 기업들도 KS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심사 방식을 다변화한다. 제도의 목적은 지키되, 신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적 공백은 과감히 혁파하겠다는 의지다.
국민 생활과 직결된 '제품 안전' 체계도 글로벌 유통 환경 변화에 맞춰 AI 기반으로 한층 고도화된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해외 직구와 온라인 유통 확산으로 위해 제품 유입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국표원은 지난 6월 3일 시행된 개정 제품안전기본법을 바탕으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한 삭제 권고와 대외 공표 등 제재에 나선다. 더불어 AI 기반의 온라인 유통 시장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 제품의 국내 재유통을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범부처 합동으로 시행 중인 '제6차 국가표준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총 1조4902억원을 투입해 첨단산업 분야에서 1900건 이상의 국제표준 개발도 추진한다.

김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조직 전체가 연결된 '원팀(One Team)'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가 제정하는 표준 하나, 운영하는 인증제도 하나가 산업 현장의 경쟁력과 국민의 일상을 바꾼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고 속도감 있게 움직일 것”을 약속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