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김주한 서울대 연구부총장 “의대생은 공학을, 공대생은 의학을…학부교육 장벽 허문다”

“기술을 이해하는 의대생, 환자를 이해하는 공대생을 길러내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내년 1학기부터 새롭게 선보일 '과학기술의학(HST) 연합전공'은 학부부터 의학과 이공학의 교육 장벽을 허물겠습니다.”

김주한 서울대학교 연구부총장(의과대학 교수)은 서울대가 내년 1학기 출범을 앞둔 HST 연합전공의 지향점을 이같이 설명하며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는 의사과학자와 의료 현장을 이해하는 공학자가 함께 성장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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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한 서울대학교 연구부총장(의과대학 교수)

HST 연합전공은 의대생이 자연과학과 공학을 배우고 이공계 학생은 인체와 질병을 공부하는 양방향 교육과정이다. 원 소속 전공의 졸업요건과 HST 연합전공 요건을 함께 이수하는 구조다. 의대생이 의학사와 HST 연합전공 공학사 학위를 함께 취득하는 이수 경로도 반영했다.

김 부총장은 의학과 이공학의 융합을 가로막는 근본 원인으로 서로 다른 교육체계를 꼽았다. 전문직업인 양성을 중심으로 발전한 의약학과 학술 탐구를 중심으로 발전한 이공학은 교육과정부터 수업 운영 방식까지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전문직업인 양성을 중심으로 발전한 의약학과 학술 탐구를 중심으로 발전한 이공학은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 방식부터 너무나 달라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서울대는 이 거대한 마지막 장벽을 허물어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고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내년 의대의 '예과 2년·본과 4년' 학제를 전체 6년제로 전환하는 시점을 변화의 기회로 삼았다.

김 부총장은 “의대는 짧은 기간에 특정 과목을 집중적으로 배우는 수업이 많아 한 학기 동안 정해진 시간에 수업하는 다른 단과대학과 상호 수강이 어려워 정작 의대생이 다른 수업을 들을 수 없는 구조가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의대 교과과정 개편과 함께 HST 전공 신설을 논의한 것은 학문의 경계를 넘으라는 교육 목표를 실현하고, 다른 단과대학 수업과 연구에 참여할 여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HST 연합전공은 전공필수 18학점과 전공선택 21학점 등 총 39학점으로 설계했다. 일부 과목은 기존 전공과 학점을 교차 인정해 추가 학업 부담을 줄인다. 의대 신입생의 약 10~20%가 참여하고, 이와 비슷한 규모의 이공계 학생 참여를 목표로 연합전공 정원을 50명으로 정했다.

교육은 다른 분야의 지식을 개괄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연구에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의대생은 자연과학 원리와 공학적 문제 해결 방식을 익히게 된다. 이공계 학생은 인체와 질병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기술이 의료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탐구하게 된다.

서울대는 의대 5학년 한 학기를 '연구학기'로 설정했다. HST 전공자는 이 기간 관악캠퍼스의 자연대·공대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필요한 전공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HST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은 기초의학이나 임상의학 연구를 수행한다.

김 부총장은 “충분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교육은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이라며 “그 위에서 연구와 과기의학 교육을 원하는 학생에게 실질적인 선택 경로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장은 자신의 학업 경험을 토대로 HST 연합전공 신설을 주도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의학박사인 그는 하버드-MIT HST 프로그램에서 정보의학을 공부하며 공학 학위를 추가 취득했다. 그는 HST가 미래 의학을 이끌 새로운 교육·연구 영역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AI, 데이터과학, 로봇, 센서, 신소재 등이 진단과 치료를 바꾸는 만큼 의학적 질문과 기술적 해법을 함께 탐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부총장은 “학생들이 학부에서부터 서로의 질문을 이해하고 공동 연구를 시작한다면 서울대 교육과 연구도 함께 달라질 것”이라며 “우리가 키우려는 사람은 의학과 과학기술의 경계에서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끝까지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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