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관련 수출과 설비투자가 우리 경제의 개선세를 이끌고 있지만, 온기가 가계 소비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부담과 미약한 실질임금 상승이 가계 구매력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12일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AI 관련 수출과 설비투자의 호조에 힘입어 개선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라면서도 “경기 개선의 효과가 가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소비 개선세는 완만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수출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수요에 힘입어 금액과 물량 모두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9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3.5%,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104.8% 증가했다.
일평균 금액 기준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은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각각 304.9%, 497.6% 늘었다. AI 인프라 관련 품목인 철강제품과 비철금속 수출도 각각 15.3%, 49.1% 증가했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를 보였다. 8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6.1% 증가했다. 반도체제조용장비 투자가 107.7% 늘면서 기계류 투자 증가율은 25.4%를 기록했다. 일반산업용기계와 전기·전자기기 투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소비 회복은 더뎠다. 8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3%, 계절조정 전월 대비 1.8% 감소했다. 완성차 업체의 파업과 하계휴가에 따른 생산 차질 등으로 승용차 판매가 19.2% 줄어든 영향이 컸다. 소비와 밀접한 숙박·음식점업 생산도 2.8% 감소했다.
KDI는 승용차를 제외한 기조적인 소비 개선세도 완만하다고 판단했다. 올해 1~7월 실질임금 상승률이 0.2%에 그쳐 가계 구매력 회복이 더딘 데다,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소비 여건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전월 3.1%보다 낮아졌지만 통신비 관련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상승세가 확대됐다. 통신비를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2.7%에서 9월 3.1%로 높아졌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도 같은 기간 배럴당 88.8달러에서 113.7달러로 뛰었다.
건설투자와 고용 부진은 일부 완화됐다. 8월 건설기성은 비주거용 건축 개선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로 전환했다.
취업자 수는 18만4000명 늘어 전월보다 증가폭이 확대됐고, 제조업과 건설업의 취업자 감소폭도 줄었다. 다만 20대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9%포인트 낮아 청년층의 고용 회복은 제한적이었다.
KDI는 “세계경제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제조업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불확실성이 높다”며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우려가 경기 하방 위험으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