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관세 장벽에 떠밀린 중국산 제품이 신흥국 수입 시장을 잠식하면서 한국 주력산업이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국제무역구조 변화 동향과 한국 산업의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국에서 중국 점유율이 크게 상승했다. 베트남·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 9개 신흥국의 8개 주력산업 수입 시장 72곳 가운데 59곳에서 2015년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배터리 52%포인트(p), 태국 가전 31%p, 말레이시아 자동차 31%p 등 36곳은 상승폭이 20%p 이상이었다. 반면 한국 점유율은 같은 기간 72곳 중 50곳에서 하락했다.
권역 단위로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5~2023년 아세안·인도 및 남아시아·중동·중남미·아프리카 5개 권역의 6개 산업 30곳 중 27곳에서 한국 점유율이 내려갔다.
가전·기계·자동차 산업에서는 9개 신흥국 27곳 가운데 한국 점유율이 오른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27곳 중 25곳에서 상승한 중국과는 상반된 결과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 격차가 가전은 1.5% 대 75%, 기계는 2.2% 대 60%, 자동차는 2.2% 대 42%까지 벌어졌다.
과거 한국이 중국을 앞섰다가 뒤집힌 시장도 있다. 사우디 배터리 수입에서 한국 점유율은 2015년 33.8%로 중국(약 13%)보다 높았지만, 지난해에는 한국 2.0%, 중국 80%를 기록했다. 사우디 중전기기·자동차와 필리핀·브라질 자동차에서도 순위가 역전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중국의 가격 공세를 꼽았다. 특히 미국 관세에 직면한 중국 제조업 물량이 더 낮은 단가로 신흥국 수입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수입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25% 안팎에서 최근 10% 이하로 줄어들었다. 무역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6년 45%에서 15%로 급감했다.
실제로 중국 수출에서 신흥국 비중은 2015년 35%에서 2024년 45%로 커졌다. 2021~2024년 신흥국으로 수출된 중국산 제품의 ㎏당 단가는 철강 41%, 석유화학 33%, 전기·전자 11% 내렸다. 같은 기간 물량은 각각 93%, 66%, 45% 늘었다.
보고서는 대응책으로 신흥국 현지화 투자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종재 시장은 반도체 등 고급 중간재의 판로인 만큼 점유율을 반드시 유지·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비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산업 보조금·세제 지원 강화와 첨단 반도체산업 역량 유지도 과제로 제시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전략산업연구센터장은 “주력산업의 미래 시장과 경쟁우위를 지키는 데 제1의 위협은 이제 중국”이라고 말했다.
최성웅 기자 ye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