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가전 수요가 크게 정체된 가운데 중국 시장마저 침체에 빠지면서 글로벌 가전 업계의 성장 동력이 크게 약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으로 유지됐던 내수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마이디어와 하이얼 등 중국 가전업체의 매출이 3분기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하이얼그룹의 가전사업 상장사 하이얼스마트홈의 3분기 매출은 697억400만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13% 감소했다. 순이익은 46억8200만위안으로, 12.31% 급감했다.
하이얼은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중국 내수 시장 위축을 실적 부진 주 요인으로 지목했다. 하이얼의 중국 가전시장 소매판매는 1791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감소했다. 중국 시장 뿐만 아니라 북미 시장에 대한 3분기 산업 출하량 역시 전년 대비 4%가 감소했다. 원자재와 운송 비용 상승, 중국 내수 시장의 축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마이디어 역시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2% 감소한 1073억2244만위안을 기록했다. 2분기까지 성장을 이어가던 중국 최대 가전기업의 매출이 3분기 동반 감소했다.
중국 내수시장 위축은 2분기부터 조짐이 있었다. 마이디어는 상반기 실적 발표 당시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소비재 교체 보조금(이구환신) 정책이 지속됐지만 경기부양 효과가 약해지고 전년의 높은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중국 내수 가전 수요에 상당한 압박이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마이디어그룹은 상반기부터 가전 부품 사업부에서 매출 감소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간 글로벌 가전 시장을 이끌던 중국마저도 역성장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과 유럽은 수요 둔화가 시작된 지 오래다. 미국 월풀은 3분기 매출이 8.8% 감소했다. 3분기 순손실만 2억4900만달러에 이른다. 3분기 실적 발표 안팎으로 월풀은 올해 연간 적자를 전망했다.

유럽에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한 튀르키예의 아르첼릭도 마찬가지다. 아르첼릭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9% 줄었다. 영업이익은 96.9% 급감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0.1%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가전사업(VD·DA) 매출은 13조9000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지켰지만 영업적자 폭이 확대됐다. 구독·기업간(B2B) 영업 확대에 따른 판매 호조에도 원자재와 물류비가 상승한 영향이다.
LG전자는 주목할 만한 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3.7% 수준으로, 미국·유럽 가전업체 대비 수익성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가전업계 안팎에서는 중국 내수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남미·동남아 등 글로벌 사우스가 글로벌 가전기업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 요인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수요가 남아 있는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가전사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