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영화 '암살자(들)'의 정치적 논란 가능성을 지적하고도 콘텐츠가치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콘진원에서 제출받은 콘텐츠가치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콘진원은 제작 초기 단계였던 '암살자(들)'에 7개 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A등급을 부여했다. 지난해 10월 27일 발급된 보고서에서 세부 평가항목 12개 중 10개가 A등급을 받았다. 콘텐츠가치평가는 투자기관에 평가보고서를 제공해 투자 연계를 지원하는 제도다.
보고서는 '기획의 적절성'에 A등급을 부여하면서 지난 2024년 12월 계엄 선포 이전부터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며 '시의성에도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비상계엄 이후 높아진 정치적 관심을 긍정적인 평가 근거로 삼은 것이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에 대한 보고서의 서술도 도마에 올랐다. 문세광이 1974년 12월 17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고, 사흘 뒤 형이 집행됐다. 보고서는 이를 “문세광의 자백, 사형 집행이라고 어렴풋이 알려진 내용”이라고 썼다. 그러고는 “그 뒷배경을 파헤치는 기획이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법부가 확정한 사실을 설(說)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법률 검토의 적정성도 쟁점이다. 제작사의 법률 검토 절차를 현장실사 면담 시 확인함이라고 기재됐지만, 검토 결과물을 확인했다는 기록은 없었다. 평가위원 4명 중 법률 전문가도 없었다. 제작사는 면담에서 자사 시대물에 대해 역사적 사실로 인지하고 있는 내러티브나 서사의 사실성에 집중하기보다 서스펜스를 부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설명을 '비즈니스 모델' A등급 평가 근거에 포함했다.
보고서 표지에는 '제작사가 제시한 자료의 정확성에 대한 추가 검증 업무는 수행하지 않았습니다'와 '보고서를 근거로 한 이용자의 의사결정 결과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아니합니다'라는 문구도 명시됐다.
콘진원은 보고서에서 작품의 위험 요인을 짚으면서도 주요 항목에 높은 등급을 부여했다. SWOT 분석의 '위협' 항목에는 '제목에 내포된 의미가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을 적었다. '약점'으로는 감독의 정치 첩보 스릴러에 대한 '영화적 완성도를 가늠하기 어려움'을 제시했지만, 감독 역량과 시나리오, 기획에는 모두 A등급을 줬다.
콘진원이 2022년 이후 평가한 영화 67편 중 A등급 이상을 받은 작품은 21편으로 31.3%였다. 다만 이번 평가를 신청한 투자사는 실제 투자로 이어가지 않았다.
정 의원은 “창작은 자유다. 그러나 공적 기관이 매기는 등급은 무게가 다르다”며 “법원이 확정한 역사를 '어렴풋이 알려진 내용'이라 쓰고, 법률 검토는 제작사 면담으로 때우고, 그러고도 검증과 책임은 지지 않겠다고 한다. 이 등급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다룬 콘텐츠는 역사·법률 전문가 검증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콘진원은 이 평가가 어떻게 나왔는지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