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 진정한 법률 서비스를 위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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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열 법틀 대표

2025년 기준 원고와 피고 중 한쪽이라도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전체 민사 사건은 89.24%에 이른다. 소송 가액이 수천만원 이상이 아닌 이상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거창하게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간편하고 저렴하게, 마치 렌터카를 이용하 듯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없을까?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어렵다.

자본이 법률 시장을 쥐고 흔들고, 돈이 정의를 좌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 중 하나가 변호사와 비변호사의 동업 금지 조항이다. 현행 변호사법 제34조는 비변호사가 변호사 고유 업무를 통해 발생한 보수나 이익을 나눠 갖는 것을 금지한다.

하지만 이 규제로 인해 법률 시장이 더욱 폐쇄적이고 불투명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작은 규모의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에게 지금의 법률 서비스는 여전히 막연하고 어렵고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다고 이 규제가 단순한 대못 규제일 뿐이라고 보는 것도 위험하다. 미국 ABA 기준으로도 비변호사의 법률 시장 내 동업을 막고 있으며, 글로벌 톱10 로펌들도 비변호사 상업 자본에 지분을 공유하지 않는다.

대기업 자본이 법무법인을 소유해 정의를 제멋대로 휘두르는 일을 막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필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의 법무법인들이 정말 돈이 아니라 정의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 변호사들이 대중에게 자본이나 수익과 무관하게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집단으로 비치는지에 대해서도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 등 기술로 또 다른 변곡점을 맞고 있는 대한민국 법률 시장에서 이 규제를 제한적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영국은 이미 2007년부터 비변호사와의 동업이나 상업 자본의 법무법인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그 취지는 유언장 관련 법무를 대규모로 저가 처리하는 기업처럼 새로운 주체가 법률 서비스를 편의점 서비스처럼 공급해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었다. 초기 목표 달성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제도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등록 법무법인 중 12%가 비변호사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규제를 제한적으로 푼다면 기술자와 변호사가 힘을 합쳐 법률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대학이나 사단법인이 공익을 위해 법무법인을 소유·운영하거나, 기업이 계열사의 법무를 전담하는 별도 법인을 설립할 수도 있다. 변호사도 VC 투자를 받아 AI를 활용한 법무법인으로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다. 소비자는 더 저렴한 법률 서비스를 보다 쉽게 이용해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지킬 수 있고,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물론 영국의 제도가 원래 취지만큼 수많은 법률 서비스의 탄생을 촉발하지는 못했다. 법률이라는 영역 자체가 서비스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기반 자체가 없다는 점은 제한적 규제 완화를 통해 바꿀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서비스와 법무법인, 더 나아가 더 큰 공정과 정의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정의롭고 공정한 시장의 첫 번째 조건은 투명성과 개방성이다. 다양한 구성원이 기술과 협업을 통해 답을 찾을 때 더 정의와 공정에 가까워질 수 있다. 자본 우위를 가진 특정 이익집단이 법률 시장의 논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일정한 제약은 필요하겠지만 규제를 제한적으로 풀어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서비스 제공 방식을 다양화하는 것이 법률 서비스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진성열 법틀 대표 sean.jin@bupt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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