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탄소배출권산업협회, “결과보고서는 이듬해에야… 해당 연도 안에 대응할수 있는 관리 체계 갖춰야”
기존 규제대응 용역 예산 범위 안에서 수행 방식을 AI와 데이터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현실적 모델 제시
축적된 배출 데이터로 미활용 외부사업 발굴… 감축실적(KOC)을 지역 탄소중립 재원으로 연계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2018년 대비 53~61%로 상향되고,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 할당량이 제3차 대비 17.9% 줄면서 지자체의 온실가스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에 한 해가 끝난 뒤에야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는 지금의 관리 방식을, 연중 감축 상황을 점검하고 해당 연도 안에 대응하는 플랫폼 기반 상시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탄소배출권산업협회(이하 협회)는 29일 “지자체는 공공부문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대상인 동시에, 일정 규모 이상의 자원회수시설과 수처리시설 등을 보유한 경우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업체로서 규제 대응을 함께 하고 있다”며 “결과보고서가 이듬해에야 나오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정작 해당 연도에 감축 조치를 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발주하는 규제대응 용역의 예산과 과업 범위는 유지하되 수행 방식을 AI와 데이터 플랫폼 기반으로 바꾸면, 월 또는 분기 단위로 상황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면 그동안 활용되지 못한 감축활동을 외부사업으로 발굴해 지역 기후대응 재원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두 가지 제도에 함께 대응… 매년 반복되는 자료 취합과 끊기는 데이터
지자체는 청사와 공공시설 전반에 대해 공공부문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에 따른 감축 이행실적을 보고해야 하고, 소각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업체로도 지정돼 명세서 작성과 모니터링, 제3자 검증, 배출권 제출까지 대응해야 한다. 협회가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NGMS)에 공개된 제4차 계획기간 할당대상업체 명단을 분석한 결과, 두 제도에 동시에 대응하는 지자체는 서울·부산·인천 등 광역 10곳과 수원·용인·화성·고양·창원·청주 등 기초 50곳을 합쳐 모두 60곳이다.
이처럼 두 제도를 함께 관리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매년 외부 용역을 통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담당자는 부서와 시설별 전기·가스·연료 사용 자료를 모아 실적을 정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쓴다. 또한 보고서 납품으로 용역이 마무리되면 산정 근거와 원자료가 체계적으로 남지 않아, 담당자가 바뀌거나 용역사가 교체될 때마다 배출 현황을 다시 파악하는 일이 되풀이된다. 순환보직이 일상적인 공직 환경에서 담당자 개인의 노력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다.
◇ 결과는 이듬해에야… '해당 연도'에는 손쓸 수 없는 구조
현행 용역은 이듬해에 전년도 실적을 산정해 결과보고서를 만드는 사후 정리 방식이다. 목표관리제 이행실적도, 배출권거래제 명세서도 해당 연도가 모두 지난 뒤에야 결과가 나온다. 감축 목표에 못 미치거나 배출량이 할당량을 넘어서더라도, 이를 알게 되는 시점에는 이미 그해가 끝나 추가 감축 조치를 할 수 없다.

배출권거래제 대상 시설을 둔 지자체는 제4차 계획기간 할당량이 제3차보다 크게 줄어든 만큼 배출권이 부족해질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배출량이 할당량을 넘었다는 사실을 이듬해 명세서를 작성하면서 확인하면, 부족한 배출권을 제출 기한에 임박해 확보해야 하는 예상 밖 재정 지출 위험도 커졌다.
반면 월, 분기, 반기 단위로 배출 현황을 점검하면 해당 연도 안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상반기 실적이 목표를 웃돌면 하반기 에너지 사용 관리, 설비 운영 조정, 감축사업 조기 추진 등 대응책을 그해 안에 세울 수 있고, 배출권 확보 시점과 물량도 미리 계획할 수 있다. 결과를 '기록'하던 관리가, 결과를 '바꾸는' 관리로 달라지는 것이다.
◇ 기존 예산 범위 안에서 '수행 방식'을 전환… 데이터는 지자체 자산으로
협회가 제시한 해법은 '플랫폼형 규제대응 수행 방식'이다. 별도의 대형 정보화사업 대신, 매년 발주해 온 규제대응 용역의 예산과 과업 범위 안에서 수행 도구를 데이터 플랫폼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협회는 지자체별 여건에 맞춰 용역 과업에 플랫폼 활용을 포함하는 등 현실적인 도입 경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부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우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등 공공부문 보안 요건을 충족하는지도 발주 단계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랫폼 방식을 적용하면 청사와 시설별 에너지 사용 자료를 월 단위로 모아 배출량을 자동 산정하고, 그 결과를 현황판(대시보드)으로 보여준다. 쌓인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면 연말 예상 배출량을 미리 가늠하고, 평소와 다른 에너지 사용 패턴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 담당 부서와 의사결정권자가 같은 자료를 보며 대응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연말에는 한 해 동안 쌓인 자료를 바탕으로 목표관리제 이행실적, 배출권거래제 명세서 등 제출 자료도 한층 수월하게 작성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산정 근거와 원자료가 표준화된 형태로 지자체에 남는다. 협회는 용역이 끝날 때 데이터를 표준 형식으로 반출·인계하도록 과업에 명시해, 수행 사업자가 바뀌더라도 이력과 데이터를 그대로 이어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쌓인 데이터로 '숨은 외부사업' 발굴… 감축실적을 지역 재원으로
축적된 데이터는 새로운 재원 발굴로도 이어진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감축활동 가운데 관리 경계 밖에서 이뤄져 규제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 사업을 가려낼 수 있다. 이런 사업은 요건을 갖추면 온실가스 감축 외부사업으로 등록해 인증실적(KOC)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시 소유 자산이지만 할당대상업체의 관리 경계 밖에서 운영되는 점이 인정돼 2024년 지자체 최초로 외부사업 승인을 받았다. 고효율 LED 가로등 교체 등 지자체가 흔히 추진하는 사업도 외부사업으로 추진된 사례가 있다. 다만 규제 실적과 감축량이 이중으로 계상되지 않는지 등 등록 요건은 사업 단계에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인증실적은 배출권(KCU)으로 전환해 시장에서 거래하거나 상쇄 한도 안에서 자체 배출권 제출에 활용할 수도 있다. 거래 수익은 관내 탄소중립 사업이나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 다시 투입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보고서 제출로 끝나던 규제 대응이 지역 재원으로 연결하는 출발점이 된다.
김동열 한국탄소배출권산업협회 회장은 “감축 목표가 높아질수록 결과를 사후에 정리하는 방식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해당 연도 안에 상황을 알고 조치할 수 있어야 하고, 매년 쌓이는 데이터가 지자체의 자산으로 남아 새로운 감축 성과와 재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