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 상승이 젊은 세대의 만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Z세대 사이에서는 데이트에 드는 금전적 부담을 피하려고 상대방과의 연락을 중단하거나 관계를 끝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과반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결제 서비스 젤(Zelle)이 공개한 '데이트 경제학 보고서'를 보면, Z세대 응답자의 52%가 데이트 비용 정산을 피하기 위해 상대방의 연락을 무시하거나 차단하고, SNS에서도 연결을 끊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데이트에 필요한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청년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20%는 지속적으로 데이트를 하기 위해 돈을 빌린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19%는 만남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고자 가족이나 친구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부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경제적 압박은 데이트 장소와 활동을 선택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전체 응답자의 40%는 상대적으로 지출이 적은 데이트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또 38%는 한 번에 큰돈을 쓰는 만남을 드문드문 갖기보다는 부담이 적은 데이트를 더 자주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하이킹이나 해변을 걷는 것처럼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활동을 상대방에게 먼저 제안한다는 응답도 37%로 조사됐다.
연애 상대를 고르고 관계를 지속할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도 경제적 조건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인 50%는 상대방과 만남을 계속할지 결정할 때 '재정적 요건'을 과거보다 더욱 중요하게 고려하게 됐다고 답했다.
상대의 금전 관리 방식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요소로 나타났다. 56%는 '돈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호감 신호로 꼽았으며, 54%는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투명하게 행동하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데이트 비용을 둘러싼 마찰을 줄이려면 관계가 시작되는 단계에서부터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만남 초기에 각자 부담할 지출의 범위를 미리 합의하면 금전 문제에서 비롯되는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서도 데이트 지출을 둘러싼 남녀 간 의견 차이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달리 단순히 비용 규모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상대방이 전체 지출 가운데 어느 정도를 책임져야 하는지를 놓고도 갈등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지난 11일 미혼 남녀 5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데이트 비용 전체를 10으로 놓았을 때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부담 비율은 남성 5.96, 여성 4.04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 남성이 약 60%, 여성이 40%를 내는 '6대4' 방식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금전 문제로 다툼이 생기는 이유를 묻자 성별에 따라 답변에도 차이가 있었다. 남성의 경우 48.0%가 '소비 성향이나 데이트 코스에 대한 가치관 차이'를 주요 원인으로 선택했다. 반면 여성 응답자 가운데서는 40.0%가 '한쪽에서 비용을 지나치게 적게 부담하거나 전혀 부담하지 않는 경우'를 가장 큰 갈등 요인으로 꼽았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