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개발 경력이 전혀 없는 기타 레슨 선생님이 48시간 만에 실제 구동되는 게임을 만들어냈다. 옆에는 게임 개발자 출신 부부가 있었다. 부부가 현업에서 쌓은 경험을 인공지능(AI)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정리해 건네자 비전공자도 기획부터 구현까지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경기 판교 NHN 사옥 플레이뮤지엄에서 열린 게임×AI 해커톤 '넥스트 AI 네트워크 2026(NAN 2026)' 현장이다. 4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행사에는 약 59대 1의 경쟁을 뚫은 10개 팀, 27명이 참가했다. 평균 연령은 28세로 학생과 직장인, 현직 게임 개발자 등이 2박 3일간 한 공간에서 개발 경쟁을 벌였다.
가장 눈길을 끈 팀은 최우수상을 받은 '삼인칭 관찰자 시점'이었다. 팀원은 게임사에서 함께 근무하다 부부가 된 박정흠·박희정씨와 20대 기타 레슨 선생님 성승민씨다.

세 사람의 인연은 게임이 아닌 기타에서 시작됐다. 아내 박희정씨가 취미로 기타를 배우면서 성씨를 만났다. 성씨는 게임 개발을 전공하지도, 관련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었다. 하지만 레슨 중 이어진 대화에서 부부가 개발한 게임에 꾸준히 의견을 내놨다. 이용자 관점에서 던지는 피드백과 아이디어가 범상치 않다고 판단한 부부는 그를 게임 개발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부부는 그동안 게임을 만들며 축적한 노하우와 지식을 AI가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개발 도구로 구축했다. 이를 전수받은 성씨는 AI에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결과물을 검토·수정하는 방식으로 혼자서도 게임을 구현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해커톤에서 기획을 맡은 그는 “기획을 시작한 지 한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본격적으로 데뷔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들이 48시간 동안 완성한 게임은 미술관 경영 게임 '작은 화랑, 큰 그림'이다. 공통 주제어 '2026년'에 추첨으로 받은 소재 키워드 '감각', 직접 고른 기능 키워드 '예측'을 결합했다.

이용자는 AI 화가에게 명령해 작품을 만들고 시장에서 그림의 가격 변화를 예측해 판매한다. 생성형 AI가 그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생산과 가격 평가 등 핵심 게임 플레이에 직접 관여하는 구조다. 이미지 생성에는 'GPT 이미지 2'를, 가격 산정에는 제미나이와 오픈AI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활용했다. 현장 시연에서 이용자가 입력한 내용에 따라 새로운 그림이 생성되고 가격이 매겨졌다.
박정흠씨는 “이미지 생성부터 엔지니어링 판단과 코드 작성까지 개발 전반에서 AI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했다”며 “게임 안에서도 AI 화가가 콘텐츠를 스스로 생산하도록 해 거의 AI로 이뤄진 집합체처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AI에 맡겼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어떤 기능을 넣고 버릴지 판단하고, 여러 AI 모델 가운데 게임 진행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 빠른 모델을 고르는 일은 사람의 몫이었다. 박희정씨는 “비용도 고려했지만 시연 과정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생성 속도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별도 아트 담당자가 없는 팀이 미술을 핵심 콘셉트로 삼고 높은 완성도로 구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AI를 단순한 제작 보조 도구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플레이 자체와 연결한 점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대상은 서유기 팀의 '도플갱어'가 차지했다. 야생 동물과 이를 모방하는 로봇 AI의 영역 다툼을 그린 3대 3 거점 점령 실시간 턴제 게임이다. 이용자가 채팅으로 두 명의 AI 아군에게 명령을 내리며 전투를 이끄는 방식이다.
서유기 팀에는 전담 개발자가 없었다. 팀원들이 기획과 개발을 나눠 맡고 클로드 코드를 중심으로 3D 모델 제작과 리깅, 애니메이션까지 AI를 활용했다. 이서연 팀장은 전체 개발 과정에서 AI 활용 비중을 약 95%로 추산했다.
게임의 기본 골격을 만드는 속도는 빨랐지만, 차별화된 재미를 찾는 과정은 길었다. 팀은 중간 점검에서 게임의 '알맹이'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채팅으로 AI 동료를 지휘하는 기능을 추가했고 이것이 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AI가 구현 시간을 단축했지만 무엇을 재미로 만들 것인지 결정한 것은 결국 팀원들이었다.
이번 해커톤은 만 19세 이상이면 직군과 학력에 관계없이 참가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참가자는 현장에서 공개된 공통 주제어와 소재·기능 키워드를 조합해 게임을 만들어야 했다. NHN 게임사업부문 임원과 개발·서버·사업·아트 실무진 등 15명이 AI 활용 능력과 완성도, 창의성, 키워드 구현 정도를 평가했다.

대상과 최우수상, 우수상에는 각각 5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이 수여됐다. 수상자 전원에게 NHN 최종 면접 직행 기회도 제공된다.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했다.
AI는 소수의 전문 개발자만 다룰 수 있던 코드와 그래픽 제작의 문턱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48시간 동안 만들어진 게임의 규모와 아트 에셋은 AI가 없던 시절에는 짧은 해커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AI를 쓴 참가자들의 순위를 가른 것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기획력과 아이디어, 수많은 결과물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고 버릴지 판단하는 능력이었다.
한진욱 NHN 모바일웹보드개발랩 이사는 “아트와 영상 에셋, 게임 규모가 AI가 없던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며 “이번 순위는 참가자를 평가한 결과라기보다 이들이 보낸 주말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