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자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스마트 가전, 전기차를 하나로 묶어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스마트폰과 일부 가전을 공급하는 단계를 넘어 현지 연구개발(R&D)과 차량 시험, 판매·서비스망까지 동시에 구축한다. 가격과 개별 제품을 앞세웠던 중국 기업의 유럽 진출 방식이 생활공간 전체를 차지하는 생태계 경쟁으로 확대됐다.
루웨이빙 샤오미 그룹 파트너 겸 총재는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Xiaomi IFA 2026 키노트'에서 “샤오미는 핵심 기술과 연구개발, 제조, 유통까지 아우르는 완전한 '휴먼×카×홈' 생태계를 최초로 완성했다”면서 “주요 스마트 가전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고 2027년에는 샤오미 자동차도 유럽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오미가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300㎡가 넘는 단독 전시관에 스마트폰과 생활가전, 전기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380여종의 제품을 배치했다. 과거 삼성전자가 사용했던 대형 전시 공간을 샤오미의 제품과 기술로 채웠다.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가전 판매에 자동차를 순차적으로 더한다. 뮌헨에 유럽 R&D·디자인센터를 운영하고 유럽 7개 주요 시험센터와 실제 도로에서 차량 성능을 조율·검증하고 있다. 이날 독일 딜러들과 자동차 판매·서비스망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루 총재는 “유럽 R&D·디자인센터가 내년부터 시작될 샤오미 자동차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것”이라며 “유럽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샤오미 전기차는 시장 진출 약 2년 만에 누적 인도량 70만대를 넘어섰다. 샤오미에 따르면 SU7울트라는 지난해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 전기차 기록을 세웠다. YU7 GT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SUV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트랙 패키지를 적용한 차량은 운전자 없이 서킷 전 구간을 완주해 해당 서킷에서 최초로 공식 계측된 자율주행 랩 기록도 남겼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가전 전반에서 AI를 구동하기 위한 자체 반도체 제품군도 확대했다. 샤오미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첫 3나노미터(㎚) 플래그십 시스템온칩(SoC) 'XRING O1'을 공개한 데 이어 차세대 XRING O3·O100·D100을 선보였다.
XRING O3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이미지 처리 성능을 강화한 플래그십 AI SoC다. 폴더블 스마트폰 Xiaomi 18 Fold에 처음으로 적용된다.
XRING O100은 일반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비교해 16배의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하는 AI 가속 칩이다. XRING D100은 지능형 주행을 위해 설계한 3㎚ 칩이다. O100과 D100은 개발·검증을 마쳤으며 2027년부터 실제 제품에 탑재할 예정이다. 스마트폰과 전기차에 서로 다른 자체 칩을 적용하고 이를 하나의 AI 생태계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자체 개발 대규모언어모델(LLM) 미모(MiMo)도 생태계의 공통 기반으로 활용한다. 샤오미에 따르면 미모V2.5는 지난 7월 AI 모델 플랫폼 오픈라우터에서 주간 토큰 사용량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단일 주간 사용량이 10조 토큰을 넘어선 유일한 LLM이라고 설명했다.
가전 사업의 전면에는 스마트홈 브랜드 미지아(Mijia)를 내세웠다. 미지아는 현재 130개 이상 제품군에서 2000개가 넘는 제품을 운영한다. 샤오미는 이 가운데 주요 스마트 가전을 올해 유럽 시장에 출시하고 제품군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쉬페이 샤오미 그룹 부사장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중요한 것은 집에 필요한 모든 제품에 동일한 철학을 적용하고 이들이 끊김 없이 함께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는 AI 시대 샤오미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IFA2026에서는 서로 다른 의류를 분리해 세탁할 수 있는 트리플 드럼 세탁기와 사용자의 위치·생활 습관을 파악해 운전 방식을 조절하는 에어컨 등을 공개한다. 트리플 드럼 세탁기는 세제와 물을 자동 투입하고 색 번짐을 줄이는 기능을 적용했다.
스마트 가전은 HyperOS와 HyperAI로 연결한다. 사용자가 귀가하기 전에 에어컨을 작동하고, 에어프라이어에서 음식을 준비하며, 세탁이 끝나면 가장 가까운 스피커가 완료 사실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는 사용자가 별도의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행동과 주변 상황을 파악해 조명과 공기청정기, 커튼 등을 함께 작동시키는 AI홈을 구현한다.
샤오미는 제품군에 따라 브랜드 역할도 나눴다. Xiaomi는 하이엔드 기술, 레드미(REDMI)는 젊은 사용자와 트렌드, 포코(POCO)는 성능에 초점을 맞춘다. 미지아는 스마트 생활, 사이버(Cyber)는 로보틱스와 미래 기술을 담당한다. 미모와 HyperAI, HyperOS, XRING은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기술 브랜드로 운영한다.
제조 기반도 함께 확대한다. 샤오미 스마트 팩토리에는 46개 연구실이 마련돼 있어 가전 연구개발 결과를 같은 시설에서 생산과 검증으로 연결한다.
샤오미가 IFA2026에서 제시한 전략은 제품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체 칩과 AI 모델을 스마트폰·가전·자동차에 적용하고, 제조와 유럽 현지 시험·유통망까지 직접 연결하는 구조다. 다만 전시장에서 제시한 380여종의 제품을 실제 유럽 소비자의 생활공간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국가별 판매망과 사후서비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를 함께 확보하는 것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베를린(독일)=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