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인근 낙동강 주민, 소환조사 없이 불송치한 강남서 수사관 고발
“공정위도 '장형진은 영풍 동일인' 지정, 오너 지배력 뒷받침 다수 증거 있어”
경상북도 봉화군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중금속 오염 의혹'을 둘러싼 쟁점이 '기업 오너 일가의 실질적 경영 책임 여부'로 옮겨갈 전망이다. 석포제련소 인근 낙동강 주민을 포함한 시민단체가 장 고문에 대한 소환조사를 촉구하며, 앞서 이와 관련된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담당 수사관을 고발하면서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낙동강 상류 환경피해 주민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와 영풍석포제련소 봉화군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장 고문에 대한 고발 사건을 처리한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고문을 한 차례도 대면조사하지 않고 약 3개월만에 각하 취지 불송치 결정을 내린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대책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영풍 장형진 고문을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물환경보전법,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며 “장 고문은 1988년부터 2015년 3월까지영풍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이후에도 '고문' 직함으로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해 온 인물이며,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까지도 그를 기업집단 영풍의 '동일인'으로 지정·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장 고문에 대한 환경범죄 고발 사건을 불송치(각하) 처분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장 고문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회사를 직접 지배·관여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가 완성됐으며, 관련 임직원 일부가 무죄 판결을 받은 점 등을 불송치 사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11일 영풍 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중금속 오염 사건과 관련해 영풍그룹 장형진 고문에 대한 기존 불송치 결정을 뒤집고 재수사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이번 결정이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내려진 각하 처분이 부당했다는 문제제기를 받아들인 것으로, 반세기 넘게 이어진 석포제련소발 낙동강 오염에 대해 실질적 책임자를 가려낼 재수사의 문이 다시 열린 것”며 “광역수사단이 장형진 고문에 대한 소환조사를 포함해 지분 구조, 경영 개입 정황, 정화의무 이행 여부 등을 철저히 재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와 별개로 이 사건 담당 수사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담당 수사관이 장 고문의 실질적 지배자 지위·환경범죄의 연속성·포괄일죄 해당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법적 주장과 자료들을 제출받고도 정작 장 고문 본인은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그룹 '오너'로서의 활동 등 실질적 지배력을 뒷받침하는 다수의 객관적 증거가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대책위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환경부(現 기후에너지환경부) 조사 결과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 하천수·지하수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카드뮴이 검출됐다. 제련소 반경 4km 내 280개 지점에서도 카드뮴 토양오염이 확인됐다. 이에 당시 환경부는 영풍 측에 28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조사 결과 제련소 인근 하천수에서는 기준치의 최대 4577배, 지하수에서는 최대 33만2650배에 달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인 지정만으로 형사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이사 사임 이후에도 제련소 운영 현황과 오염 실태, 정화명령 이행 상황 등을 보고받거나 관련 투자와 의사결정에 관여했는지는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안은 조사 후 밝혀지겠지만, 대면조사조차 없이 실질적 지배력이 없다고 단정한 기존 수사의 문제점 역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환경오염 논란은 지속해 제기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석포제련소 이전·폐쇄와 관련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낙동강 전체 식수원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는 영업을 중단시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단과 이전 등의 문제는 결국 석포제련소에서 판단할 일”이라며 “정부는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관련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