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홍범 삼홍아크튜리온 대표 “AI 전력 폭증이 SMR 시대 앞당긴다…한국 제조 경쟁력이 승부처”

“SMR 설계 많아도 실제 제작 가능한 기업은 제한적…한국 원전 공급망 글로벌 경쟁력 충분”

대형 원전·SMR·ITER서 쌓은 고난도 제작 경험…“글로벌 Tier-1 핵심부품 공급사로 도약”

“SMR 제조금융·인허가 패스트트랙 필요…AI 데이터센터가 원전시장 게임 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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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범 삼홍아크튜리온 대표

“소형모듈원자로(SMR) 시대에는 좋은 설계만으로 경쟁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설계가 있어도 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 양산할 수 있는 공장과 공급망이 없다면 상용화할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한민국 원전 제조업에 큰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김홍범 삼홍아크튜리온 대표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글로벌 전력산업이 구조적인 전환점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을 확보하려는 국가와 기업의 움직임이 빨라졌고, 그 중심에 원전과 SMR이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특히 글로벌 SMR 경쟁이 기술개발과 설계 중심에서 '누가 실제로 고품질 핵심 기자재를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느냐'는 제조·공급망 경쟁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홍아크튜리온은 상용 원전과 SMR,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관련 설비 등을 제조하는 원전 기자재 전문기업이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6'에서도 '미래에너지 흐름과 SMR'을 주제로 발표하며 SMR 제조시장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AI 데이터센터, SMR 시장 가장 강력한 게임 체인저”

김 대표가 원전과 SMR 시장의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꺼낸 화두는 AI다.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규모 전력원의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분석이다.

김홍범 대표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탄소중립을 위해 반드시 확대해야 하지만 간헐성과 출력 변동성이라는 특성이 있다”며 “AI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시설에서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무탄소 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입지 선택이 유연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등 대규모 전력 소비 시설과 가까운 곳에 배치할 경우 송배전망 부담을 줄이면서 독립적인 전력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용 고온열 공급과 청정수소 생산, 노후 화력발전소 대체, 선박 추진용 동력원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김 대표는 “AI와 빅테크 산업의 성장은 SMR 시장의 가장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빅테크 기업이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고 원전과 SMR에 직접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정부 중심이었던 원전 시장에 민간이라는 새로운 수요자가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산업, 건설에서 제조업으로 바뀐다”

김 대표는 SMR이 원전산업의 생산방식까지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대형 원전은 현장에서 대규모 토목·건축·설치 작업을 수행하는 비중이 높다. 반면 SMR은 주요 설비를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생산한 뒤 현장으로 이동해 조립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를 자동차 산업과 비교했다.

김홍범 대표는 “과거 원전이 현장에서 하나의 거대한 발전소를 건설하는 플랜트 산업에 가까웠다면 SMR은 고품질 모듈을 공장에서 반복 생산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제조업적 성격이 강해진다”며 “이러한 변화는 한국 제조기업에 상당히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공장 제작 비중을 높이면 공기 단축과 품질 표준화, 반복생산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필요한 전력량에 맞춰 모듈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는 것도 SMR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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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범 삼홍아크튜리온 대표

“미국·유럽의 설계와 한국 제조역량 결합할 가능성”

김 대표는 글로벌 SMR 시장에서 한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제조 역량과 원전 공급망을 꼽았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SMR 모델이 개발되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설계도면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제조기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홍범 대표는 “SMR 설계업체는 상당히 많지만 고난도 원전 기자재를 실제로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제한돼 있다”며 “글로벌 SMR 시장이 확대될수록 제조 인프라와 전문인력을 갖춘 한국 기업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KIW 2026에서도 SMR 설계업체에 비해 제조 역량을 갖춘 기업이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며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향후 글로벌 공급망이 미국·유럽의 SMR 설계·개발 역량과 한국의 제조·공급망 경쟁력이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한국은 대형 원전을 건설하고 기자재를 공급하면서 정해진 품질과 납기를 맞추는 경험을 오랫동안 축적했다”며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전문 기자재 기업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은 글로벌 SMR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인증만으로 안 된다…결국 실증 레퍼런스”

원전산업의 높은 진입장벽도 한국의 기존 원전 기자재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SME(미국기계학회), KEPIC(전력산업기술기준) 등 원전 관련 인증은 일반적인 품질인증과 성격이 다르다. 제품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생산체계와 품질관리 문서, 작업환경과 공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한다. 인증을 취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전문인력, 비용도 필요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인증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진입장벽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제작·납품 경험, 즉 트랙 레코드다.

김홍범 대표는 “원전시장에서는 인증을 갖고 있다고 바로 수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실제로 고난도 제품을 제작하고 고객에게 공급해 본 경험까지 있어야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원전부터 SMR·핵융합까지…“고난도 제작 경험이 자산”

삼홍아크튜리온은 이 같은 실증 경험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상용 원전과 SMR뿐만 아니라 고도의 정밀 제작기술이 필요한 핵융합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해왔다. 회사의 사업 분야도 상용원전·소형원자로·핵융합발전설비 등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삼홍아크튜리온은 ITER 열차폐체를 비롯한 고난도 설비 제작·공급 실적을 확보했으며 핵융합 설비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SMR 일체형 대형·정밀 구조물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가공장비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설계도면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고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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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범 삼홍아크튜리온 대표

“20~30년 기술자의 손끝이 원전 품질 결정”

삼홍아크튜리온이 장비와 함께 강조하는 또 하나의 경쟁력은 사람이다.

김 대표는 원전 기자재 제조를 '장인형 정밀공학'이라고 표현했다. 원전 핵심 기자재는 대형 금속 구조물을 정밀하게 가공하고 용접해야 한다.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변형까지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첨단 공작기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 존재한다.

김 대표는 “20~30년 현장 경험을 가진 기술자는 금속이 어떻게 변형될지 예측하면서 작업한다”며 “특히 기존에 없던 SMR 부품을 처음 제작하거나 국산화할 때 도면만 보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즉각 공정을 수정해 최종 품질을 만들어내는 베테랑 엔지니어의 경험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목표는 글로벌 Tier-1 핵심부품 공급사”

삼홍아크튜리온의 다음 목표는 명확하다.

단순 하청 가공업체가 아니라 글로벌 SMR 기업에 핵심 기자재와 모듈을 직접 공급하는 '글로벌 Tier-1 핵심부품 공급사'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SMR 시장의 본격적인 상용화에 대비해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고 공정 자동화와 고속 용접 등 생산기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중요한 것은 최단 납기와 최고 수준의 품질,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원전기업과 SMR 개발사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협력을 검토하는 전문 제작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삼홍아크튜리온은 최근 코스닥 상장 절차도 추진하며 생산설비 고도화와 자동화 공정 확대 등을 통한 글로벌 대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SMR 제조금융과 인허가 패스트트랙 필요”

김 대표는 한국이 글로벌 SMR 공급망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과 함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자재 기업이 우선 준비해야 할 과제로 △양산 모듈화(DFA·Design for Assembly) 기반 혁신 제조기술 △실증 이력 선제 확보 △글로벌 원전 표준 품질체계 내재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정부 정책에서는 SMR 제조금융과 인허가 속도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SMR 시장 확대에 대응하려면 중소·중견 기자재 기업도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를 선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한 SMR 전용 제조금융 프로그램과 SMR 특화 패스트트랙 인허가 제도, 특구 지정과 지속적인 일감 확보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원전산업은 기술집약적이면서도 일감의 연속성이 공급망 유지에 결정적인 산업”이라며 “기업들이 사람과 설비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국내외 원전 프로젝트와 후속 일감을 꾸준히 확보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원전 턴키 넘어 글로벌 SMR 핵심부품 수출국 될 것”

김홍범 대표는 앞으로 5~10년이 한국 원전산업에 중요한 전환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한국 원전 수출은 발전소 전체를 건설하는 대형 플랜트 턴키 방식이 중심이었다. 앞으로는 여기에 글로벌 SMR 개발사에 핵심 모듈과 기자재를 공급하는 전문 핵심부품 수출 모델이 또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하나의 강력한 밸류체인을 구축해 글로벌 SMR 개발사와 공동개발과 제작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며 “한국이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품질을 유지하면서 해외 인허가와 규제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정부도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가 촉발한 전력 수요 증가는 이제 시작”이라며 “대한민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축적한 원전 제조 기술과 전문인력, 공급망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글로벌 SMR 시장에서 충분히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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