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광역시 전역에서 약 200대의 자율주행차가 운행되는 대규모 실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특정 노선을 넘어 실제 생활권 전체에서 자율주행 인공지능(AI)을 학습하고 검증한다는 점에서 기존 실증과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규모가 커질수록 안전 정책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는 자율주행차 한 대의 성능만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같은 기술로 연결된 '차량군 전체의 위험'을 검증해야 한다.
우선 마련해야 할 것은 '차량군 구성관리체계'다. 실증 차량마다 차량 식별번호뿐 아니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AI 모델, 센서 사양과 보정 값, 정밀지도, 통신 모듈, 원격관제 시스템의 버전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어떤 차량에 어느 버전이 적용됐고 언제 변경됐는지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고나 이상 현상이 발생했을 때도 해당 차량만 조사해서는 부족하다. 동일한 SW와 센서, 지도정보를 사용하는 차량이 몇 대인지 즉시 확인하고, 다른 차량에서도 유사한 징후가 발생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SW 업데이트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200대 전체에 새로운 SW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은 효율적일 수 있지만 안전한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소수의 선행 차량에 우선 적용하고, 제한된 운행조건에서 성능을 검증한 뒤 대상 차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주요 SW가 변경될 때마다 변경 범위와 위험도를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재검증하는 '지속적 적합성 관리'가 필요하다.
광주 실증사업에는 차량별 안전 검증과 별도로 'SW 배포 승인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SW와 AI 모델의 변경은 개발기업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즉시 전체 차량에 적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운행 중단 기준은 차량군 관점에서 마련해야 한다. 같은 유형의 인식오류가 여러 차량에서 반복되거나 업데이트 이후 급제동과 시스템 개입이 현저하게 증가한다면 동일 버전이 적용된 차량의 운행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 정밀지도나 통신망 등 공통 기반 시설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해당 인프라에 의존하는 차량의 운행 가능 영역도 제한해야 한다.
도시 차원의 비상 대응체계도 필요하다. 통신망이나 클라우드 장애로 다수 차량이 동시에 정차할 경우 경찰·소방·도로 관리기관이 차량의 위치와 상태를 신속하게 파악해야 한다. 실증 평가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 개별 차량의 누적 주행거리와 사고 건수만으로는 차량군 위험을 확인하기 어렵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자율주행 차량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차량군 운영 안전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가 성공하려면 차량을 많이 달리게 하는 능력뿐 아니라 필요할 때 안전하게 멈추게 하는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한 대의 완성도만으로는 도시 전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개별 차량의 오류가 연결된 차량군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대규모 실증의 핵심이다.
앞으로의 자동차는 각각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SW와 데이터, 통신망으로 연결된 하나의 이동시스템이다. 안전 정책도 개별 자동차에서 차량군과 도시 교통체계로 확장돼야 한다. 광주가 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면 대한민국 최초의 대규모 실증도시를 넘어 자율주행 차량군 안전관리의 국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장·중부대 교수 hsy1396@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