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공공데이터는 어떻게 사업 되나…중국 '위임운영'과 도시 데이터회사 실험

[기고·박지민의 비욘드 차이나] 정부 보유 데이터를 공익·산업 활용으로 나누고 운영자·개발자·가격을 설계하는 방식

공공데이터를 많이 개방하면 디지털산업이 성장할까. 파일을 내려받게 하는 것만으로는 사업이 되기 어렵다. 데이터 품질과 갱신, 개인정보·보안, 여러 기관 결합, 안정적인 API와 책임 주체가 필요하다. 기업은 원천데이터보다 특정 목적에 맞게 가공된 제품과 지속적 서비스를 원한다.

중국은 공공데이터 위임운영(公共数据授权运营)을 통해 정부가 보유한 데이터를 전문운영자에게 맡기고, 시장의 개발자가 데이터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도록 하는 제도를 확산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설립한 데이터그룹과 도시 데이터 회사가 핵심 운영자로 등장한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중국의 공공데이터 위임운영은 데이터를 민간에 파는 제도가 아니라, 정부가 소유·감독을 유지한 채 운영자와 개발자에게 제한된 사용권을 주어 공익과 산업 활용을 동시에 만들려는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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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공유·위임운영은 서로 다르다

개방(开放)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비민감 데이터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공유(共享)는 정부 기관끼리 행정 목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다. 위임운영(授权运营)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합법적 산업 활용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를 지정운영자가 안전하게 가공하고 서비스하도록 권한을 주는 구조다.

원천데이터 소유권이 운영회사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목록과 활용범위, 보안·가격을 승인하고 운영자는 데이터 정제·결합과 접근통제를 맡는다. 시장의 2차 개발기업이 금융·교통·의료·신용·도시서비스 제품을 만든다.

2025년 국가 공공데이터 위임운영 지침은 운영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하류의 2차 개발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경쟁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했다. 운영과 제품개발을 분리하려는 원칙이다.

도시 데이터 회사는 무엇을 하나

지방정부는 여러 부서 데이터를 모으고 운영할 별도 국유기업을 설립한다. 상하이데이터그룹, 베이징·선전·광저우 등 도시 데이터 회사와 성급 데이터그룹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들은 행정기관 데이터베이스를 단순 복사하지 않는다. 데이터 목록과 품질을 정리하고, 개인정보 비식별화·보안 구역·API·모델 환경을 만들며, 개발기업 사용기록과 결과를 관리한다. 공공기관이 각각 계약하는 대신 하나의 운영창구를 제공한다.

증권사 조사에 따르면 2026년 초까지 최소 28개 성급 지역에서 데이터그룹이 설립됐고 도시급 확산도 빠르다. 이는 공개자료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이지만 공공데이터 운영이 지방 국유기업의 새로운 기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는 원본이 아니라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거래된다

기업이 필요한 것은 주민·기업 원본 정보가 아니다. 특정 위험을 평가하거나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통계·지표·모델 결과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은 중소기업 세금·공공요금·행정허가 정보를 직접 받지 않고, 동의와 규칙에 따라 산출된 신용지표를 활용할 수 있다.

교통기업은 위치데이터 원본 대신 혼잡도와 유동량, 최적노선 API를 이용한다. 의료·보험은 민감정보가 외부로 나가지 않는 안전 환경에서 분석 결과만 가져가는 방식을 쓴다.

위임운영은 원천데이터를 복제해 판매하기보다 '데이터는 나가지 않고 계산 결과만 사용되는' 형태를 지향한다. 데이터 공간, 프라이버시 컴퓨팅과 안전 구역이 필요한 이유다.

가격은 무료와 유료 사이에 있다

공공데이터는 세금으로 만들어졌으므로 무조건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품질관리·보안·API 운영비를 회수해야 한다는 논리가 충돌한다.

중국의 공공데이터 가격정책은 공공관리와 공익서비스에는 원칙적으로 무료, 산업·상업적 사용에는 정부지도 가격을 적용하는 방향이다. 운영비용에 합리적 이윤을 더하되 가격과 수입 상한, 연례보고와 감독을 둔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자체 소유권 가격이 아니라 가공·보안·전송·컴퓨팅·서비스 비용을 어떻게 배분할지다. 운영회사가 독점이윤을 얻으면 개발기업과 시민이 비용을 부담하고, 가격이 너무 낮으면 품질·보안 투자가 지속되지 않는다.

샤먼은 ‘목록-운영자-개발자’ 구조를 실험한다

샤먼시는 2025년 말 기준 51억건 공공데이터 기록과 152개 목록을 위임운영 대상으로 정리하고, 99개 2차 개발기업과 29개 활용사례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이 사례는 숫자보다 구조가 중요하다. 도시정부는 데이터 목록과 규칙을 정하고, 운영자는 데이터제품·안전 환경을 제공하며, 개발기업은 신용·교통·상권·보험과 행정서비스를 만든다. 활용 성과와 보안사고, 수익을 다시 평가해 목록과 가격을 조정한다.

옌타이 등 지역은 운영자를 공개경쟁으로 선정하고 5년 안팎 위임기간을 두기도 한다. 우한도 공공데이터 운영자를 선정해 도시기업과 산업기관을 연결한다.

공공데이터는 도시의 산업정책이 된다

공공데이터 위임운영은 데이터 산업 육성뿐만 아니라 금융·중소기업·교통·의료·도시운영 정책과 연결된다. 신용데이터는 중소기업 대출, 건설·환경 데이터는 보험과 공급망, 교통데이터는 자율주행·물류의 실증에 쓰인다.

도시 데이터 회사는 투자유치에도 활용된다. 기업이 데이터와 실증환경을 사용할 수 있다면 AI·플랫폼·서비스기업이 지역에 들어올 유인이 생긴다. 데이터가 토지·펀드와 함께 도시 기업유치 상품이 된다.

그러나 공공서비스 데이터가 상업적 기업유치 수단으로 과도하게 사용되면 시민의 권리와 공공성이 약화될 수 있다. 산업정책과 개인정보·행정책임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중국 공공데이터 위임운영 다섯 가지 병목

첫째는 독점이다. 지방 데이터그룹이 원천데이터와 운영플랫폼, 제품개발까지 장악하면 민간기업 진입을 막을 수 있다.

둘째는 개인정보와 보안이다. 비식별화된 데이터도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재식별될 수 있고, 행정 데이터 유출은 시민과 국가안보에 큰 영향을 준다.

셋째는 품질이다. 부서별 정의와 갱신주기가 다르면 결합한 데이터 오류를 누가 책임질지 불명확하다.

넷째는 가격과 수익배분이다. 운영회사 비용과 합리적 이윤, 정부·데이터 제공부서·개발기업 몫을 정하기 어렵다.

다섯째는 보여주기식 제품이다. 데이터제품 수는 늘지만 실제 고객과 반복 매출이 없을 수 있다. 공익성과 산업성과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운영자는 독점사업자가 아니라 수탁자여야 한다

공공데이터 위임운영은 전문회사가 데이터를 정제·결합하고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운영자가 원본 데이터와 고객 접점, 가격정보를 독점하면 공공자산이 특정 기업 사유재산처럼 변할 수 있다. 중국 국가 규범이 운영자 하류시장 남용과 차별적 제공을 금지하는 이유다.

운영계약에는 위임범위, 기간, 데이터 품질, 보안사고, 제품가격, 개발자 접근, 수익배분과 종료 시 데이터 반환을 명확히 넣어야 한다. 운영자 선정도 자본 규모만이 아니라 데이터 보안, 산업 전문성, 중소기업 서비스와 개방성으로 평가해야 한다. 운영성과는 판매액보다 데이터 오류율, 개발기업 수, 공공서비스 개선과 사회적 편익까지 봐야 한다.

도시 데이터 회사가 지방정부의 모든 데이터를 흡수하면 부처 간 공유는 쉬워질 수 있지만, 경쟁과 혁신은 줄어들 수 있다. 복수 전문 운영자와 공통 인프라를 분리하거나, 핵심 공공데이터는 비차별적으로 제공하고 고부가 제품만 경쟁적으로 개발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이 중국 공공데이터 생태계에 참여할 때

외국기업이 중국 공공데이터 원본에 직접 접근하는 것은 분야·지역·안보 요건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은 현지법인과 승인된 운영자·개발기업을 통해 특정 활용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교통·환경·의료·금융처럼 민감도가 높은 데이터는 현지 저장, 개인정보 비식별화와 국경 간 이전 심사를 전제로 해야 한다.

계약에서는 데이터 사용 목적, 모델학습과 파생 데이터 권리, 서비스 종료 뒤 삭제, 알고리즘 설명과 감사권을 확인해야 한다. 공공데이터를 이용한 중국 서비스의 결과를 한국 본사나 제3국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도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한국 지자체는 중국식 위임운영을 단순 수익사업으로 모방하기보다 공공목적, 민간 혁신, 시민 권리를 균형 있게 설계해야 한다. 운영회사와 플랫폼에 집중된 권한을 독립 감사와 공개된 성과지표로 견제해야 한다.

가격은 데이터 판매가 아니라 서비스 원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공공데이터는 세금으로 생산됐기 때문에 무조건 무료여야 한다는 주장과 고부가 데이터는 유료화해야 지속 가능하다는 주장이 충돌한다. 중국의 가격원칙은 공공·공익 목적에는 무료 제공을 확대하고, 산업용 제품에는 정제·가공·운영 원가를 반영한 정부지도 가격을 적용하는 방향이다.

핵심은 원본 데이터 자체에 과도한 독점가격을 붙이지 않는 것이다. 운영자가 데이터 품질관리와 안전·API 서비스에 비용을 받되, 개발기업 재사용과 혁신을 막지 않아야 한다. 수익 일부를 데이터 생산기관과 운영 인프라에 재투자하고, 시민에게 돌아가는 공공편익도 공개해야 한다.

한국은 공공데이터 개방에서 ‘책임 있는 운영’으로 가야 한다

한국은 공공데이터 포털과 마이데이터, 데이터댐·공공데이터 기업 매칭을 운영해 왔다. 강점은 투명한 공개와 개인정보보호 규칙이다. 다만 부처·지자체별 데이터 품질과 API 지속성, 민감 데이터의 안전한 산업 활용은 과제로 남는다.

정부는 무조건 공개와 비공개 사이에 안전한 연산·위임운영 모델을 설계하되, 운영기관이 하류 시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는 데이터 회사를 만드는 것보다 어떤 공공문제를 해결할지, 민간 개발자에게 어떤 조건으로 접근을 허용할지 먼저 정해야 한다.

대기업과 플랫폼은 공공데이터를 독점적으로 결합하지 말고 결과와 사회적 편익을 공개해야 한다. 금융권은 데이터가 있다는 이유로 자동대출을 늘리기보다 편향·오류와 고객 동의를 점검해야 한다.

대학은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품질, 공공성 평가에 참여하고, 스타트업은 원천데이터 접근권보다 지속 가능한 제품·API와 규제준수 비용을 설계해야 한다.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은 지방 데이터그룹과 계약할 때 데이터의 소유·사용·파생 결과, 국경 간 이전과 종료 후 삭제를 확인해야 한다.

중국의 공공데이터 위임운영에서 배울 것은 도시가 데이터를 국유자산으로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다.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안전한 운영자와 시장개발자의 역할·가격·책임을 나누는 방식이다. 한국은 공공데이터를 더 많이 내려받게 하는 데 머물 것인가, 아니면 시민의 신뢰를 지키면서 실제 산업서비스로 이어지는 운용체계를 만들 것인가.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 대표 3guowill@krstar.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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