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디지털전환] 파괴적 의제 AI,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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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규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 이사·래블업 대표

최근 중국 상하이 출장 때 일이다. 태풍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숙소에 앉아 비바람 구경을 원 없이 하던 중에, 일요일 저녁에 중국 TV에선 뭘 하고 있을까 싶어 TV를 켰다. 중국 국영방송인 CCTV1에서 2026년 인공지능(AI) 대전 시상식을 방송하고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중국어도 못하면서 한문 읽어 가며 두 시간 동안 TV 프로그램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두 명씩의 수상자에게 올해의 AI 인물상을 시상하고, 소감을 길게 말하고, 시상식 사이사이에 공연이나 이벤트, 다큐멘터리 등을 넣어 가며 진행하는, 우리가 연말에 자주 보는 연기대상이나 가요대상 같은 구성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수상자들이 AI 분야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고, 중간의 공연도 유니트리 로봇이 브레이크댄스를 추다가 발레를 추는 식으로 전부 AI와 엮여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의제 설정이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든싱어 스타일의 공연에서는 여섯 명의 서로 다른 가수가 자신의 장르로 노래를 하고, 관객에게 버튼을 주어 그중에 진짜 사람이 누구인지 맞히게 했다. 정답을 맞힌 사람은 9% 정도가 나왔다. 'TV 진품명품'과 흡사한 이벤트에선 진품과 가품을 전문가와 AI가 함께 검증하고 누가 정확하게 맞히는지 등을 보여줬다.

가수 공연에서는 사람과 로봇이 함께 피아노 반주를 연주해 협연을 만들었다. 중간에는 로봇과 어린이가 함께 숨바꼭질하는, 에이전트(agent)가 퇴근 때 직장인의 일을 이어받아 하는, 로봇이 노인의 잊어버린 약 복용을 챙겨 주는 등 다양한 이야기의 숏 드라마도 넣어줬다.

이런 이벤트들은 그 앞뒤의 수상 분야들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영상 생성 모델인 미니맥스(Minimax)와 미니시피엠(MiniCPM)의 리더들이 수상을 할 때는 범용 인공지능(AGI)을 목표로 하는 수상 소감을 이야기했고, 과학을 위한 AI(AI4Science) 이야기를 할 때는 거동이 어려운 사람에게 로봇 하네스를 씌워 걷는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주거나, 전신마비자가 뇌파로 실시간으로 글씨를 적는 데모 등을 했다.

AI 인프라와 관련한 주제에선 전 세계 22억명이 아직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았고, 광섬유로 이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은 비용상 불가능하므로 위성으로 모두를 연결해서 AI의 혜택을 누구나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제를 알리바바 클라우드 창업자가 이야기했다. 그 모든 방향이 AI에 대한 낙관과 함께 발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AI는 파괴적 의제에 속한다. 세상에는 파괴와 혁신을 가져오는 분야가 있고, 연계와 발전을 이어 가는 분야가 있다. 인류의 물리적 활동과 소통 활동이 대체되는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의 궤적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AI 혁명은 지적 활동을 대체하려는 시도이며, 아마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인간 지능보다 인공지능의 총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일요일 프라임타임에 국가 차원을 넘어 인류 차원의 거대한 AI 의제가 오가는 모습을 보며, AI가 가져올 거대한 변화가 어느새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했다.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신정규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 이사·래블업 대표 jshin@labl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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