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사업장·103개 시설 적용 경험 토대
색상표시·전용 연결장치로 오주입 예방

인천시가 화학물질 오주입 사고 예방을 위한 '화학사고 안전신호등' 사업을 민간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으로 확대한다.
인천시는 지난해 인천환경공단 13개 사업장, 103개 화학물질 취급시설에 안전신호등을 적용한 데 이어 올해부터 민간사업장 대상 현장 컨설팅을 지원한다고 4일 밝혔다.
시는 2026년부터 2027년까지 민간 현장 적용 결과를 축적해 업종·시설별 적용 방법과 유지관리 기준을 정립하고, 2027년 이후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인천에서 실증한 예방 방안을 국가 화학물질 안전관리 정책에 반영하도록 중앙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은 화학물질별 전용 색상을 저장탱크, 배관, 밸브, 주입구까지 일관되게 표시하는 예방 체계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초록색, 황산알루미늄은 파란색, 수산화나트륨은 노란색 등으로 구분해 작업자가 저장·이송·주입 과정에서 물질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장 여건에 따라 전용 연결장치도 적용된다. 연결구의 직경이나 나사산, 핀·키 위치 등을 물질별로 다르게 해 작업자가 색상이나 물질명을 잘못 확인하더라도 연결 단계에서 오주입을 한 번 더 막는 방식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인천에서 잇따라 발생한 화학물질 오주입 사고를 계기로 추진됐다. 지난해 8월 인천환경공단 공촌사업소에서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이 황산알루미늄 저장탱크에 잘못 주입돼 작업자 4명이 다쳤다. 같은 해 9월 미추홀구의 한 반도체 제조공장에서도 염소산나트륨이 염산 저장탱크에 오주입되면서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5년까지 인천에서 발생한 화학사고는 모두 49건이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92명이 다쳤다. 원인별로는 시설 결함 23건, 안전기준 미준수 23건으로 두 유형이 전체의 93.9%를 차지했다. 특히 2025년에는 8건의 사고로 1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쳐 최근 12년 가운데 인명피해 규모가 가장 컸다.
인천시는 이 같은 사고를 작업자 개인의 부주의만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저장탱크에는 물질명이 표시돼 있어도 배관에는 유체 흐름 방향만 있거나, 밸브에는 관리번호만 붙어 작업자가 별도 도면과 작업지시서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주입구에 물질명이 없거나 오래된 라벨만 남아 즉시 식별이 어려운 사례도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9월17일부터 11월6일까지 인천환경공단 13개 사업장의 화학물질 취급시설을 전수 점검했다. 이후 차아염소산나트륨, 황산알루미늄, 수산화나트륨 등 15종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103개 시설 개선을 마무리했다.
시설별 약품탱크와 주입구에는 화학물질명과 전용 색상을 표시했다. 주입구에는 명패와 시건장치를 설치했고, 탱크 주변에는 물질안전보건자료 보관함을 배치했다. 약품 주입 중임을 주변 작업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회전경고등도 달았다.
민간사업장 컨설팅은 전문가가 사업장을 방문해 취급물질과 저장·이송 공정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주입 가능 구간과 기존 표시상태를 분석한 뒤 시설 여건에 맞는 색상표시와 전용 연결장치 적용 방안을 제시한다.
윤은주 시 환경안전과장은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은 작업자에게 더 주의하라고 요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이 순간적으로 착각하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작업환경과 안전관리체계를 함께 개선하는 정책”이라며 “공공시설에서 시작한 현장 실증을 민간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인천의 경험이 국가 화학물질 안전관리의 새로운 표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마련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