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거두고도 증권가의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인공지능(AI) 메모리 공급 부족과 이익 증가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수요 둔화 신호와 밸류에이션 조정을 반영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실적 발표 직후 제시된 목표주가 격차는 3.2배에 달했다.
30일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380만원에서 470만원으로 23.7% 상향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반면 BNK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185만원에서 148만원으로 20% 낮추고 투자의견 '보유'를 유지했다.
전날 종가인 140만1000원을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한 상승 여력은 약 235%에 달한다. BNK투자증권 목표주가까지 상승 여력은 5.6%에 그친다.
다른 증권사의 눈높이도 갈렸다. 신한투자증권·대신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삼성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 79조3190억원, 영업이익 60조543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각각 51%, 61% 증가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지만, 시장 전망치였던 매출 83조9000억원과 영업이익 64조7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D램과 낸드 평균판매가격 상승률도 각각 약 30%, 55%로 시장 기대보다 낮았다는 평가다.
최대 실적보다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주가 변동성도 커졌다. 실적 발표 당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120만원대로 떨어졌다가 낙폭을 줄여 140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의 판단은 2분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서 갈렸다. 낙관론은 수요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고부가 제품의 출하 시점이 3분기로 미뤄진 결과라고 봤다. 반면 신중론은 실적 증가 방향은 맞더라도 메모리 가격과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 주요 원인으로 예상보다 낮았던 D램 가격 상승률을 꼽았다. 3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20% 상승하고 HBM4 출하가 본격화하면서 실적 개선 폭이 커질 것으로 봤다.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각각 10.1%, 11.5% 높인 269조8000억원과 417조7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둔화가 아니라 출하 시점의 이연에 따른 것으로 오히려 3분기 실적 개선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목표주가를 낮춘 증권사들은 공급 부족 전망 자체보다는 가격과 기업가치에 적용하는 기준을 보다 보수적으로 조정했다.
BNK투자증권은 2분기 연속 시장 기대치를 밑돈 실적과 AI 인프라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에 주목했다. AI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는 여전히 공급 부족 상태지만, 하이퍼스케일러의 경쟁적인 투자가 같은 속도로 지속되기는 어렵고 연말 이후 실적 증가세도 둔화할 수 있다고 봤다.
신한투자증권은 보수적인 메모리 가격 전망과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하락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270만원으로 낮췄다. 그럼에도 D램과 낸드 재고가 모두 3주 수준에 불과하고 2027년까지 공급 부족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SK하이닉스 주가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 속 과도한 우려를 반영하며 급락했다”며 “시장 우려 감안해 보수적 가정을 반영하더라도 2027년까지 공급 부족 환경은 불변”이라고 전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