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대학교는 김영필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별도의 분석 장비 없이 암과 바이러스 관련 유전물질을 2시간 안에 육안으로 판별할 수 있는 차세대 분자진단 플랫폼 '캐스핑거 골드(CasFinger-Gold)'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유전자가위(CRISPR/Cas12a)는 특정 DNA 서열을 정확히 찾아내는 정밀 유전자 편집 도구다. 표적 DNA에 결합하면 활성화되어 주변의 단일 가닥 DNA(ssDNA) 프로브를 무차별적으로 절단하는 특이적 활성(trans-cleavage)을 가져 최근 분자센서 개발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현재 감염병과 암 진단에 널리 활용되는 역전사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qPCR)은 정확도가 높지만 전문 장비와 분석 과정이 필요해 현장 진단(Point-of-Care Testing, POCT)에 활용하는 데 제약이 있다. 기존 발색 기반 간이 분석법 역시 민감도와 특이도를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as12a의 절단(Cut) 기능과 아연 집게 단백질(zinc finger protein, ZnF)의 표적 DNA 결합(Bind) 기능을 연계한 '컷앤바인드(Cut-and-Bind)' 메커니즘을 고안했다. 이를 바탕으로 별도의 분석 장비 없이 색상 변화만으로 표적 유전물질을 판별하는 '캐스핑거 골드' 플랫폼을 구현했다.
검출 대상인 표적 RNA가 존재하면 활성화된 Cas12a가 특수하게 설계된 돌출형(overhang) DNA 프로브를 절단해 아연 집게 단백질의 결합 부위를 분리한다. 자유로워진 아연 집게 단백질은 금나노입자(gold nanoparticle, AuNP) 표면에 결합해 입자들의 빠른 응집을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용액의 색이 적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한다.
반대로 표적 RNA가 없으면 Cas12a가 작동하지 않아 아연 집게 단백질이 자성나노입자에 결합한 상태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금나노입자가 분산된 상태를 유지하고 용액도 적색으로 남아, 색상 변화만으로 표적 유전물질의 존재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연구팀은 분자동역학(molecular dynamics) 시뮬레이션을 통해 아연 집게 단백질이 유도하는 금나노입자 응집 속도가 대조군 단백질보다 20배 이상 빠르다는 점을 분자 수준에서 확인했다.
이어 감기를 유발하는 인간 코로나바이러스의 하나인 HCoV-OC43: Human Coronavirus OC43의 약자로서, 감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4대 인간 코로나바이러스(HCoV-229E, NL63, OC43, HKU1) 중 하나이다. 주로 기침, 콧물, 인후통 등 가벼운 상기도 감염(감기) 증상을 일으키지만, 영유아나 면역 저하자에게는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같은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HCoV-OC43과 전립선암 관련 유전물질인 PCA3 장쇄 비암호화 RNA(lncRNA)를 고감도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유사한 호흡기 바이러스와 음성 세포주에서는 교차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표적 유전물질을 선택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특이성도 확인했다.
또한 별도의 RNA 정제 과정 없이 전립선암 세포가 분비한 세포외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 EV)에서 PCA3를 2시간 안에 직접 검출했다. 이를 통해 향후 임상 시료 분석과 감염병 현장 진단, 암 조기 선별검사 등에 적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영필 교수는 “이번 기술은 CRISPR의 정밀한 표적 인식 능력과 아연 집게 단백질의 빠른 신호 변환 기능을 결합한 것이 핵심”이라며 “향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감염병 현장 진단이나 암 조기 선별검사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SRC)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교육부 4단계 BK21 사업인 한양 BK21-BIO4 교육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조호현 기자 hoh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