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에어버스가 탄소복합재를 활용한 경량화와 지속가능항공유(SAF), 디지털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한 '저탄소 항공기' 시대를 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최종 조립공정이 진행되는 툴루즈 공장을 중심으로 다수의 유럽 국가로 구축된 제조 공급망의 저탄소화가 진행 중이다.
에어버스 툴루즈 공장은 세계 최대 민간항공기 생산 거점 가운데 하나다. A320과 A330, A350 최종조립공장과 시험비행센터, 고객 인도센터 등이 들어선 광대한 부지는 버스로 20㎞ 넘게 이동해야 둘러볼 수 있을 정도다. 항공기 한 대를 완성하는 과정은 단순한 조립을 넘어 유럽의 공급망과 첨단 제조기술, 저탄소 전략이 집약된 하나의 시스템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툴루즈에서 '2026 한·유럽 과학기술 학술대회(EKC-2026)' 개막에 앞서 세계 최대 민간항공기 생산 거점인 에어버스 툴루즈 공장을 찾았다. 현장에서는 거대한 항공기 동체가 레일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작업자는 수천 개의 리벳과 볼트를 하나씩 체결했고, 조립을 마친 항공기는 수개월간 시험과 검사를 거쳐 하늘로 향한다. 겉으로는 전통적인 제조공장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서는 첨단 저탄소와 공정이 진행 중이었다.
에어버스의 경쟁력은 '유럽을 하나의 공장으로 만든 것'에 있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스페인이 참여한 유럽 컨소시엄으로 출범한 에어버스는 지금도 국가별 전문 생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꼬리날개와 동체 후방은 독일에서, 날개는 영국에서, 중앙동체와 조종석은 프랑스에서 제작된다. 여기에 세계 100여개국 협력업체가 생산한 부품이 더해지고, 대형 구조물은 전용 수송기 '벨루가(Beluga)'를 통해 툴루즈로 운반돼 하나의 항공기로 완성된다.
현장 관계자는 “에어버스는 각 생산거점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항공기를 만드는 구조”라며 “공용 언어도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조립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동체가 공정 순서에 맞춰 천천히 이동했다. 동체는 레이저로 위치를 정밀하게 맞춘 뒤 약 6000개의 리벳으로 연결된다. 이후 양쪽 날개는 각각 약 2500개의 대형 볼트로 결합된다. 작업자는 좁은 연료탱크 내부로 직접 들어가 마지막 체결 상태를 확인했다. 자동화 설비가 작업을 보조하지만 항공기 안전과 직결되는 최종 판단은 여전히 숙련 기술자의 몫이었다.

저탄소 전략은 항공기 설계 단계부터 반영돼 있다.
이날 둘러본 A350은 기체의 53%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으로 제작한다. 첨단 소재 비중은 70%를 넘는다. 기체 무게를 줄여 연료 소비와 탄소배출을 낮추기 위한 설계다. 에어버스는 현재 모든 상용기가 SAF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100% SAF 운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소항공기 개발도 병행하며 항공산업의 탄소중립을 준비하고 있다.
생산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설계와 생산, 품질관리 데이터를 연결하는 디지털 제조체계를 구축해 AI 기반 데이터 분석으로 생산설비 이상을 예측하고 품질 편차를 관리하고 있다. AI는 생산 오류를 줄이고 제조 효율을 높이는 '보이지 않는 기술'로 공장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조립을 마친 항공기는 곧바로 고객에게 인도되지 않는다. 부품 도착부터 최종 인도까지 약 5~6개월 동안 유압과 전기, 항공전자 시스템 점검은 물론 엔진 시운전과 시험비행까지 반복한다. 고객 항공사도 제작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공장을 찾아 기체 상태를 확인하고, 최종 시험비행을 거쳐 항공기를 인수한다.
툴루즈 최종조립공장은 단순히 비행기를 만드는 공장이 아니었다. 탄소복합재를 활용한 경량화, SAF와 수소를 겨냥한 차세대 기술, 디지털 제조, 유럽 전역의 공급망이 하나의 생산체계로 연결되는 '저탄소 항공기 플랫폼'이었다. 작업자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항공기 한 대에는 유럽 제조업의 협업 철학과 탄소중립을 향한 미래 전략이 함께 담겨 있었다.
툴루즈(프랑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