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인사이트] 페로브스카이트,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새로운 기회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화면 크기와 해상도를 넘어 더 작은 화소에서 선명한 색, 높은 밝기, 낮은 소비전력을 동시에 구현해야 한다. 특히 확장현실(XR)과 웨어러블 기기처럼 눈 앞에 디스플레이가 위치하는 제품에서는 작은 면적에 수많은 화소를 집적하면서도 실제와 가까운 색을 표현해야 한다.

이러한 요구에 대응할 차세대 발광소재로 페로브스카이트가 주목받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구성 원소와 조성을 조절해 원하는 발광 파장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고, 발광 스펙트럼의 폭이 좁아 색순도가 높다. 빛을 흡수하고 다시 방출하는 능력도 뛰어나며 용액 공정부터 진공 증착까지 다양한 제조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러한 소재적 장점은 용액 기반 대량 합성과 진공 증착이라는 두 제조 경로에서 구체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를 디스플레이에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기존 청색 광원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형성해 일부 빛을 적색과 녹색으로 바꾸는 '색변환 방식'이다. 청색 광원 하나를 이용하면서도 선명한 삼원색을 구현할 수 있어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기술과 결합하기 쉽다.

페로브스카이트는 기존 양자점보다 약 5~15배 정도 높은 흡광 특성을 나타낸다. 매우 작은 발광체 부피 및 그에 따른 얇은 색변환층 두께로도 청색광을 효과적으로 흡수해 고휘도·고효율 적색과 녹색을 구현할 수 있다. 여기에 본 연구팀은 올해 사이언스지에 연속적인 청색광 조사에서도 1만2000시간 이상 성능을 유지하며 장시간 높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소재 기술 연구를 게재,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또 다른 방식은 페로브스카이트 자체가 전기를 받아 직접 빛을 내는 '자발광 방식'이다. 별도 빛 변환 과정이 없어 광학적 손실을 줄일 수 있고, 적·녹·청(RGB) 화소를 직접 구동하는 이상적인 디스플레이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100만니트(nit·1니트는 촛불 하나 밝기) 이상 초고휘도로 구현한 연구도 나와 OLED 수준 높은 효율과 무기 LED에 가까운 밝기를 낮은 구동 전압에서 구현할 잠재력을 제시했다.

두 기술은 단기적인 시장 진입과 중장기적인 기술 선점이라는 상호보완이 가능하다. 색변환 기술은 기존 산업 인프라를 활용해 비교적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경로다. 자발광 기술은 미래 디스플레이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중장기적 해법이다. 두 방식을 결합하면 각 기술 장점을 함께 활용해 다양한 제품과 시장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페로브스카이트 상용화 가능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실제 제품에서는 균일한 박막 형성, 초미세 화소 패터닝, 전하수송층과의 계면 제어, 외부 환경을 차단하는 봉지 기술과 공정 재현성까지 함께 확보해야 한다. 실험실에서 높은 효율과 수명을 구현하는 것과 생산라인에서 동일한 성능을 안정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소재 특성에 맞춰 공정과 장비를 설계하고, 소자 평가 결과를 다시 소재 개발에 반영하는 통합 연구체계가 필요하다. 페로브스카이트를 단순한 신소재가 아니라 소재·부품·장비를 아우르는 산업 플랫폼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발광 나노소재와 증착용 전구체뿐 아니라 패터닝 재료, 증발원, 정밀 마스크, 전하수송 소재, 증착 장비 및 봉지막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돼야 한다. 대학과 소재·장비·패널 기업이 개발 초기부터 협력해야 연구 성과가 양산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OLED 소재와 패널, 증착 및 봉지 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증착이 가능해 기존 OLED 생산라인과 호환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이 역량을 페로브스카이트 기술과 연결한다면 기존 디스플레이 산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시장 새로운 공급망을 선점할 수 있다. 해외 소재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재 설계부터 공정, 장비, 디바이스까지 독자적인 지식재산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페로브스카이트는 기존 디스플레이를 단순히 대체하는 소재가 아니다. 현재 디스플레이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미래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새로운 화소 구조까지 구현할 수 있는 확장형 발광 플랫폼이다. 논문 속 가능성을 실제 제품과 생산라인으로 연결하는 국가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페로브스카이트를 중심으로 새로운 소부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이태우 서울대 교수 twlees@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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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우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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