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대표단 암살 시도…미국이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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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협상을 위해 지난달 21일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 도착한 이란 대표단. 사진=AFP
NYT 보도…대표단 탑승 항공기 노려
美 사전 포착, 중재국 통해 이란에 경고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진행되던 당시 이스라엘이 이란 협상 대표단을 암살하려 했으며, 미국은 협상 결렬을 우려해 중동 국가들을 통해 이란에 사전 경고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현직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 협상단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암살 대상으로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암살될 경우 휴전 및 종전 협상이 즉각 무산되고 군사 충돌이 재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파키스탄과 카타르 등 중재국을 통해 “이스라엘이 두 인사를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이란 측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전쟁 초기에는 두 사람을 잠재적인 군사 표적으로 인식했지만, 협상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협상 대표를 제거하는 것이 미국의 외교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판단해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구했다.

실제로 지난 4월 갈리바프 의장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해 미국 측과 회담을 마친 뒤 귀국하는 과정에서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이란 보안당국은 “이스라엘이 대표단이 탑승한 항공기를 공격할 계획이며, 이스라엘 전투기 2대가 이라크를 거쳐 이란 영공에 진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대표단에 통보했다. 갈리바프 의장의 선임 보좌관인 마흐디 모하마디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대표단을 태운 항공기는 테헤란까지 비행하지 못하고 파키스탄 국경과 가까운 이란 동북부 마슈하드 공항에 긴급 착륙했다. 이후 대표단은 약 8시간 동안 육로를 이용해 수도 테헤란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기간 이란은 고위 인사들에 대한 경호도 대폭 강화했다. 이란은 파키스탄과 카타르를 통해 미국에 “이스라엘이 협상단을 겨냥한 비밀 작전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 보장을 요구했으며, 이에 따라 파키스탄 공군은 약 70명의 이란 대표단을 태운 항공기를 국경부터 이슬라마바드까지 왕복 호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3월 이스라엘이 갈리바프 의장과 아라그치 장관을 암살 대상 명단에 올렸다가 미국이 협상을 추진하면서 일시적으로 제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최소한 갈리바프 의장이 암살 표적에 포함된 사실을 파악하고 이스라엘 측에 공격 자제를 요청했다고 WSJ는 전했다.

NYT는 이번 보도가 전쟁 초기에는 긴밀했던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략이 종전 협상 국면에 접어들면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협상을 통한 전쟁 종식을 우선시한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 핵심 지도부 제거 전략을 계속 유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보도는 미국 전·현직 당국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이스라엘 정부는 관련 의혹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도 NYT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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