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AI전략노트]〈31〉휴머노이드, 다음 질서를 짜는 손

Photo Image
김경진 전 국회의원

선전의 한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200대가 한 줄로 섰다. 같은 동작을 한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반복했다. 중국 에이지봇이 지난 2월 상하이 생방송에서 휴머노이드 200대를 동시에 투입해 보행 안정성과 군집 제어, 배터리 내구성을 한꺼번에 증명한 자리였다. 1~2년 전만 해도 휴머노이드는 유튜브 영상 속 기술 시연에 가까웠다. 이제는 실제 공장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휴머노이드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만나는 지점의 끝에 있다. 사람의 몸을 본떠 만든 기계 안에서 두 개의 뇌가 자란다. 팔다리를 움직이고 균형을 잡는 신체 제어는 소뇌의 역할이고, 무엇을 집고 어디로 갈지 판단하는 지식 활동은 대뇌의 역할이다. 휴머노이드를 만들수록 이 두 능력은 함께 발전한다. 그 나라의 AI 역량도 함께 성장한다. 이제 로봇 제조 경쟁력과 AI 경쟁력은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휴머노이드 생산국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 약 1만3000대 가운데 에이지봇 한 곳이 5168대, 약 39%를 차지했다. 유니트리와 에이지봇 두 회사를 합치면 전체 설치량의 57%에 달한다. 서울포럼 2026에서는 중국이 휴머노이드 시장점유율 78%를 선점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더 주목할 점은 가격이다. 유니트리 G1은 9만9000위안(약 1만6000달러)이다. 미국 피규어AI의 '피규어 02'가 13만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과 시설 투자금 환급으로 이 가격을 떠받친다. 베이징은 AI 모델, 상하이는 제조, 선전은 하드웨어와 상용화, 항저우는 스타트업으로 도시마다 역할을 나눠 전국이 하나의 생태계로 움직인다. 유비테크는 기업가치 약 600억위안, 우리 돈으로 약 13조원 규모의 회사가 됐다.

이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공장 노동자, 물류 분류원, 야간 경비, 간병인, 보모는 물론 위험한 현장에 사람 대신 투입되는 무인 작업까지 다양하다. 사람이 부족한 자리를 메우는 기계인 셈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나라일수록 이 기계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방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 안보를 생각하면 휴머노이드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갖춰야 할 전력이 되고 있다. 다음 시대의 질서는 휴머노이드 최강자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인터랙트 애널리시스는 2035년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휴머노이드 출하량의 65% 이상을 중국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서 있을까. 경쟁력은 충분하다. 국제로봇연맹(IFR) 집계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명당 1220대로 세계 1위다. 2위 싱가포르가 818대인 점을 고려하면 격차도 크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휴머노이드 부품 생산의 30%를 한국이 맡는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전동식 아틀라스를 공개하고 2028년 미국 공장 투입을 예고했으며, 삼성이 최대주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RB-Y1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실증에 들어갔다. 정부도 K-휴머노이드 연합을 통해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고 2029년 연 1000대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두뇌다. 손과 다리는 세계 정상급이지만, 그 몸을 움직이는 AI, 이른바 피지컬 AI는 미국과 중국을 뒤쫓는 처지다. 그리퍼와 액추에이터 같은 핵심 부품도 아직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 잘 만든 하드웨어에 더 똑똑한 머리를 얹고, 실증을 실제 매출로 연결하는 일이 한국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를 골든타임으로 꼽는다. 기술 과시용 데모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현장에서 누가 더 빨리 수익을 내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선전 공장의 200대가 한 시간을 버티는 동안 한국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휴머노이드 시대의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전체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