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근로자들 사이에서 과도한 업무 부담과 번아웃을 이유로 더 높은 보수와 직급을 제안받고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는 AI 기반 취업 플랫폼 킥레주메(Kickresume)가 직장인 10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신건강 및 복지 관련 설문조사를 소개하며 이러한 흐름을 전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직무 스트레스 수준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80%는 직장 생활이 자신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업무 환경이 심리 상태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응답자의 40%는 스트레스와 정서적 피로를 이유로 회사를 떠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업무 과중으로 지친 직장인들은 급여가 오르더라도 책임과 압박이 커지는 자리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조사 참여자의 70%는 정신건강 지원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직장이라면 더 많은 보수를 제시받더라도 선택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다른 기업의 적극적인 영입 제안뿐 아니라 내부 승진 기회까지 마다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잡 드롭핑(Job-dropping)'이라는 용어로 불린다. 이는 직급 상승 대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책임 범위가 좁은 업무를 스스로 선택하는 경향을 뜻한다.

킥레주메의 최고경영자이자 공동 설립자인 페터 두리스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높은 긴장감과 강도 높은 업무 문화가 소진을 가속화하고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잡 드롭핑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육아나 부모 부양 등 가정 내 역할과 직장 생활을 조화롭게 유지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거나 개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두리스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소득 증가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젠가 더 높은 위치를 목표로 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승진이나 이직을 미루는 데는 상당한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많은 사람들이 경력을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에 비유하지만 성장의 방식이 항상 직선적이거나 상향식인 것은 아니다”며 “정신적 안정을 위해 내리는 선택은 겉으로는 후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주체적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