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교사는 왜 체험학습을 두려워하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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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체험학습 가기가 너무 무섭습니다.”

요즘 교무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하소연이다. 지난 4월 28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현장체험학습 축소문제와 관련해 “(교사들이)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의 그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안전요원 확대 배치 등 현장체험학습 활성화 방안을 주문했다. 이후 교직 사회의 거센 분노와 항의가 빗발쳤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그렇게 외쳐도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던 교육부가 뒤늦게나마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대통령 발언에 교단이 폭발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 책임의 무게가 범죄자가 되어 직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가며 인솔하더라도, 통제할 수 없는 돌발 사고 한 번에 교직을 잃고 법정에 서야 하는 것이 참담한 현실이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불가항력적인 사고의 책임을 오롯이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면, 대체 어느 교사가 안심하고 아이들을 이끌고 교실 밖으로 나갈 수 있겠는가.

실제로 속초 체험학습 교통사고와 관련해 인솔교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물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교단은 그야말로 얼어붙었다. 법적 보호막이 없는 상황에서 교사들은 언제든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극심한 사법적 공포에 내몰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체험학습 하나를 가기 위해 교사가 작성해야 할 서류만 43종에 300여 쪽에 이르는 매뉴얼을 숙지해야 한다. 교육 전문성과 무관한 차량 안전 점검, 버스 기사 음주 측정, 숙소 위생 상태 확인까지 전부 교사에게 떠넘겨졌다.

여기에 수족관은 동물학대 장소인데 왜 체험학습을 갔느냐, 점심으로 뭐 먹었는지 사진을 찍어 보내라, 나눠준 음료수를 다 먹고 난 뒤 목마른데 물을 안 줬다는 민원 등으로 6개월 만에 담임을 6명이나 갈아치우고, 학생에게 간식을 사주자 자녀를 거지 취급했다며 정신적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상식 이하의 민원이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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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체험학습은 과도한 행정업무와 각종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 협박까지 뒤엉킨 교권 침해의 종합판이다. 최근 논란이 된 학생 운동장 사용 금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현실이다. 사고라도 발생하면 교사에게는 민·형사소송이 뒤따른다. 결국 교사는 위축된 채 소극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체험학습의 문제에 대한 교단의 정서는 한국교총에서 실시한 '교권보호 제도 개선 5대 과제' 서명운동에서도 확인됐다.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전개한 서명에서 무려 5만4705명의 교원이 참여했고, 지난 19일 한국교총은 청와대에 서명 결과를 직접 전달하며 정부와 국회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행스럽게도 이 대통령이 현장체험학습 축소는 안전 인력 보강이 아닌 과도한 책임과 민원에 있다는 한국교총의 인식에 같이하며, “교사한테 희생하라고 하면 안 된다, 형사 책임·배상 책임·도덕적 비난이 교사에게 안 가게 할 방법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제는 곁가지 식 미봉책이나 땜질식 가이드라인으로 교단을 달래려 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보다 발 빠르게 나서 불가항력적인 사고 시 교원의 민·형사상 면책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입법에 당장 나서야 한다. 소송의 시작부터 끝까지 국가가 전담하는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고, 행정업무는 교육청이 전담하는 이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비상식적인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감 맞고소제 의무화 등 교총이 제안한 입법 과제도 지체 없이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이번 논란이 무너진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지금 대한민국 공교육은 너무 많이 흔들리고 무너졌다. 교육을 교육답게, 학교를 학교답게 되돌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교육 당국은 이제 말이 아니라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소는 이미 잃었다. 그러나 외양간만큼은 제대로 고쳐야 한다. 이제는 무너진 공교육을 다시 세워야 한다.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juho7611@hanmail.net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목원대 수학교육과 졸업 후 경상국립대에서 석사 학위 취득 및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4년부터 경남 진주동중 교사로 근무해 왔으며, 2024년 12월 최연소로 제40대 교총회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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