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4대 회계법인이 지난해 감사 인력보다 인공지능(AI) 분야 인재를 더 적극적으로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딜로이트·EY·KPMG·PwC 등 이른바 '빅4' 회계법인의 지난해 채용 공고 가운데 약 7%는 AI 역량을 요구하는 직무였다.
여기에는 머신러닝 개발자뿐 아니라 AI 에이전트를 이용해 업무 자동화를 구현하는 전문가 등 다양한 직군이 포함됐다.
인턴이나 연수생 채용을 제외한 기준으로 보면, 이 비율은 챗GPT가 등장한 2022년과 비교해 세 배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당시만 해도 AI 관련 지식이나 기술을 핵심 자격 요건으로 내세운 공고는 전체의 2%에도 미치지 않았다.
이 같은 변화는 회계업계가 AI 중심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요 회계법인들은 AI를 자사 서비스에 접목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며, 고객사에 AI 활용 전략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도 노리고 있다.
동시에 AI 확산은 일부 초급 직무의 필요성을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수의 파트너가 다수의 신입·주니어 직원을 관리하던 기존의 피라미드형 인력 구조 역시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FT는 전망했다.
알렉스 해밀턴-베일리 빅4 소속 파트너는 “AI는 이제 핵심 투자 분야가 됐다”며 “업계 누구도 경쟁에서 뒤처지길 원하지 않는다.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수 인재 확보”라고 말했다.

반면 감사 분야 채용 비중은 장기적으로 감소 흐름을 보였으며, 지난해에는 전체 공고의 3%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 조사는 기업 데이터 분석업체 프리딕트리즈(PredictLeads)가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아일랜드에서 수집한 5만 건 이상의 공개 채용 공고를 FT가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AI 관련 채용은 생성형 AI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 기반 머신러닝 전문가 등 기술 중심 직무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KPMG는 한 채용 공고에서 챗봇 프롬프트 설계 경험과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역량을 갖춘 관리자를 찾았고, EY 런던 지사는 고객의 세무 업무에 생성형 AI를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선임 연구원을 모집했다. 딜로이트는 고등교육 분야 AI 전략 경력 8년 이상을 요구하는 공고를 냈다.
일부 직책은 감사 경험과 AI 전문성을 동시에 요구하기도 했다. 주로 감사 절차에 활용할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제품 관리자나 개발자 역할이었다.
모하메드 칸데 PwC 글로벌 회장은 지난해 “수백 명 규모의 AI 엔지니어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적합한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