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조작에 선박명 세탁까지…이란 그림자 선단, 美 감시망 피해 탈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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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에 도착한 LPG 운반선.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전격적인 해상봉쇄 조치로 그간 교묘한 수법으로 제재를 피해온 이란의 '그림자 선단'이 퇴로를 차단당하자 정면충돌 양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운 데이터 업체 분석을 인용해 제재 대상인 중국 유조선 '리치 스태리(Rich Starry)'호가 최근 페르시안 걸프 해역에서 열흘 넘게 위치 정보를 조작하며 미 해군 감시망을 피하려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리치 스태리호는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상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허위 신호를 송출하는 '스푸핑' 수법을 사용했으나, 실제로는 이란 연안에서 석유 제품을 선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이번 주 초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려다 미 해군의 봉쇄망에 막히자 급격히 기수를 돌려 다시 이란 연안으로 회항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의 명령에 따라 이란 항구를 봉쇄 중인 미군과 제재 우회용 선박들 사이의 치열한 공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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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바니야스 항구 정유소 앞바다에 있는 그리스 국적 원유 유조선.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AFP 연합뉴스

이란과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이 주축이 된 약 1500척 규모의 그림자 선단은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항하는 '암흑(Dark) 기동', 선박명을 수시로 바꾸는 '선박명 세탁', 바다 위에서 짐을 옮겨 싣는 '선박 간 환적'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해 왔다.

해운 분석 회사인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의 브리짓 디아쿤 위험분석가는 “그들은 발각을 피하는 데 전문가”라며 “한두 명이 이런 짓을 하는 게 아니라 상당수가 연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군이 15척 이상의 군함과 첨단 정찰 드론, 위성 이미지를 동원해 이란 항구의 출입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면서 이들의 수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봉쇄 작전 개시 후 첫 48시간 동안 단 한 척의 선박도 봉쇄망을 뚫지 못했으며, 지시에 불응하던 선박 9척이 결국 이란 항구로 되돌아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림자 선단 운영사들이 미군의 봉쇄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탈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이언 클락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선박들이 미군이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물리력을 행사할지 떠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이란으로 들어가는 선박이 목적지를 인근 국가로 속일 경우 사전에 식별하기 어렵다는 점과 나포한 선박을 수용할 장소 확보 문제, 그리고 광범위한 봉쇄망을 지속해서 유지할 만큼 충분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 등은 미 해군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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