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BAM 골든타임] 韓 기후공시 의무화…ESG 전체 단계적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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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올해 본격 시행되며 정부가 기업의 기후정보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 리스크 등 핵심 정보를 기업 공시에 반영해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고, 향후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반으로 공시 체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 기후변화 대응 전략, 탄소 감축 목표, 기후 리스크·기회 등 기업의 기후 관련 정보를 재무보고와 함께 공개하도록 하는 기후공시 로드맵을 다음달 중 확정·발표한다.

기후공시는 글로벌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기업의 기후 대응 역량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으로 활용된다. 로드맵이 확정되는 경우 거래소 공시규정 개정 등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이행하여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할 예정이다.

국내 기후공시 추진의 가장 큰 배경은 EU CBAM이다. CBAM이 시행되면 한국 기업들도 수출 과정에서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산정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의 기후정보 공시를 의무화해 국제 규제 대응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기후공시는 국제적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글로벌 기준인 IFRS S1·S2 공시 기준을 발표했고, EU 역시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통해 대규모 기업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도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 공시 규정을 추진하는 등 주요 국가들이 관련 제도를 도입하거나 강화하는 추세다.

정부는 이러한 글로벌 기준과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ISSB 기반의 기후공시 기준을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초기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의무화를 추진하고 이후 대상 기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후공시가 도입되면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뿐 아니라 기후변화가 재무에 미치는 영향, 탄소중립 전략, 공급망 리스크 등을 체계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특히 Scope1(직접배출), Scope2(전력 등 간접배출), Scope3(공급망 배출) 등 배출량 정보를 정량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기후공시 제도를 도입하되 기업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 시행과 가이드라인 제공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초기에는 공시 기준과 산정 방식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기업의 준비 상황을 고려해 일정 기간 계도 기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한 기후공시가 정착되면 ESG 공시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환경뿐 아니라 인권, 노동, 공급망 관리, 이사회 구조 등 사회와 지배구조 영역까지 포함하는 통합 공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기후공시 의무화가 기업의 탄소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기후 리스크 관리 수준을 투자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들은 준비 기간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제조업과 수출기업의 경우 공급망 전반의 탄소배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과 공시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기후공시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탄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탄소 정보 공개가 새로운 무역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향후 산업계 의견 수렴과 시범 적용 등을 거쳐 공시 기준과 시행 일정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기후공시가 본격 도입되면 한국 기업들도 국제 기준에 맞춘 탄소 정보 공개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만큼 기업 경영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장은 “결국 CBAM 시행과 글로벌 탄소 규제 확대 속에서 기후정보 공시는 선택이 아닌 필수 경영 요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의 단계적 공시 의무화 정책이 기업의 탄소 대응 역량을 높이고 ESG 경영 확산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고 전망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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