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이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생산성 향상을 경험하고 있지만 AI가 도출한 결과물을 수작업으로 다시 수정하고 재확인하는 이른바 '재작업 세금(Rework Tax)' 현상으로 인해 실제 효율은 반감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용 AI 플랫폼 전문 기업 워크데이는 하노버 리서치와 공동 진행한 '생산성을 넘어: AI의 진정한 가치 측정하기' 보고서의 한국 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직원의 69%가 AI 도입 이후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응답자의 82%는 AI를 통해 주당 최소 1시간에서 최대 7시간까지 업무 시간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인력의 53%가 1~3시간을, 29%는 4~7시간의 '기회 시간'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비즈니스 가치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응답자의 31%는 품질이 낮은 AI 생성물을 명확히 하거나 수정·재작성하는 데 매주 평균 1~2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이는 고도화된 AI 도구가 기존의 낡은 직무 구조에 그대로 적용되면서, 신뢰성과 정확성에 대한 검증 부담이 직원 개인의 수작업으로 전가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이 겪는 비효율의 근본 원인으로 '구조적 지연'을 꼽았다. 현재 국내 직무 중 AI 역량을 반영해 업데이트된 경우는 절반 미만에 불과하며, 결과적으로 직원들은 10년 전인 2015년 수준의 경직된 업무 프로세스 안에서 2026년 수준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샨 무어티 워크데이 아시아·태평양지역 CTO는 “한국 시장에서 기술과 직무 구조 사이의 '준비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며 “복잡한 기술적 처리는 플랫폼 내부에서 해결하고 사람은 고부가가치 판단과 창의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솔루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I 활용 성과를 인재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국내 경영진과 임직원 사이에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경영진의 54%는 AI로 확보한 시간을 직원 스킬 교육에 우선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직원의 53% 또한 실제 교육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AI를 긍정적으로 경험한 직원일수록 절감된 시간을 단순 업무량 확대로 소비하기보다는 심층 분석과 전략적 사고에 활용하려는 의지가 57%로 강하게 나타났다. 글로벌 선도 기업 역시 절감한 시간의 79%를 직원 역량 강화에 할당하며 확보된 시간을 협업 개선과 판단 중심 업무의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 결국 한국 기업이 AI 도입의 투자수익률(ROI)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직무 구조의 현대화와 더불어, AI가 아낀 시간을 직원의 창의성과 판단력을 높이는 교육에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인재 중심 투자가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