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연구자 개인 역량은 세계 수준입니다. 다만 아직 연구자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집단적 탁월성을 만들어내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대에서 양자물리 분야를 연구하는 홍성근 교수는 한국 과학기술 경쟁력을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홍 교수는 한국 과학기술의 강점으로 개별 연구자 역량을 꼽았다. 최근 한국 연구진이 양자기술 등 첨단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내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연구자 개인의 우수함이 연구 생태계 전체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독일 연구자의 넓은 경로를 인재 양성 정책 핵심 요소로 강조했다.
그는 “독일·유럽에서는 연구자 커리어 옵션이 훨씬 많다”라며 “교수만이 유일한 길이 아니라 영구 연구직 같은 다양한 포지션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박사급 인력이 교수 임용 경쟁에서 탈락하더라도 연구직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 연구기관들은 초기 연구자에게 독립 연구그룹을 운영할 기회도 제공한다. 홍 교수는 “독일연구재단(DFG), 유럽연구위원회 등은 젊은 연구자에게 수년간 독립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라며 “이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연구라도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독일 산업 구조도 과학기술 인력 활용·양성에 중요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광학기업 칼 자이츠 등 첨단 기술 보유 중견 기업이 많아 박사급 연구자가 연구 분야를 살려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한국 내 박사 인력이 특정 대기업으로 집중되는 경향과 달리 독일은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연구 인력이 다양한 첨단 중견기업으로 흡수되는 구조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홍 교수는 한국 과학기술 인재 정책이 개별 연구자 지원 중심에서 연구 생태계 설계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이미 우수 연구자를 상당수 확보하고 있어, 이들이 협력해 시너지를 낼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 인재들이 집단적 경쟁력을 만들 수 있도록 산업과 연계한 클러스터 구조 설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