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참여 허용 방안 발표가 다시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올해 1분기 중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최근 중동 긴장 고조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현안 대응에 정책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발표 시점이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분기 내 발표가 가능할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파급력이 큰 사안이다 보니 발표 시점과 세부 기준을 두고 내부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당초 지난해 말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정이 올해 1분기로 넘어간 데 이어 최근 정책 환경 변화로 다시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정책보다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할 금융시장 현안이 많아지면서 일정이 뒤로 밀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은 금융당국이 2025년부터 추진해 온 주요 정책 과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하고 단계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법집행기관과 지정기부금단체·대학교 등 비영리법인,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보유 가상자산을 원화로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하는 1단계 조치는 시행 중이다. 반면 상장사와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 등 기관 투자자의 투자 목적 매매를 시범 허용하는 2단계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3단계에서는 일반 기업까지 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로드맵 발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핵심 단계인 법인 투자 허용은 아직 본격 시행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런 단계적 개방 방침에 따라 상장사와 전문투자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을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왔다. 다만 정책 일정은 최근 변수들로 지연되는 모습이다. 국회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야 간 쟁점이 남아 있어 입법 일정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2단계 입법과 맞물려 추진하려 했지만 입법 논의가 지연되면서 꼭 연동해 진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법인 투자 허용이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기보다 금융당국의 정책 결정으로도 조정이 가능한 사안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제한은 법률 규정 때문이라기보다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을 막는 방식의 행정적 통제로 사실상 유지돼 온 것”이라며 “당국이 방향을 정하면 비교적 빠르게 풀 수 있는 사안이지만 금융위 현안이 많다 보니 정책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