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지마 vs 분산해야”…경기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놓고 신경전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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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

경기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클러스터) 이전을 놓고 경기와 호남지역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속적인 균형발전 전략과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의 문제 제기가 맞물리고 두 지역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란의 불씨는 더불어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서울 노원구을)인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6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이 소비하는 막대한 전력 규모를 언급하며 “전력이 충분한 지역에서 산업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면서 불거졌다.

그 뒤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 전북 완주·진안·무주)이 지난해 12월 31일 민주당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전기를 억지로 수도권으로 끌고 가는 방식이 아닌 전기가 넘쳐나고 부지가 준비된 곳으로 기업이 내려오는 것이 해법”이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설에 불을 지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0일 '인공지능(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제는 남쪽 지방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생태계를 고민할 때”라는 발언과 괘를 같이 하면서 단숨에 두 지역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이언주 등 용인지역 국회의원들은 “현실성 없는 이전론으로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이언주 의원은 김성환 장관을 겨냥해 “산업을 뒷받침해야 할 장관이 국가 전략산업을 흔드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라며 “민간 기업에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반도체 클러스터를 흔드는 주장은 국가 전략산업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발상”이라며 “이미 대규모 투자와 공정이 진행 중인 사업을 정치 논리로 뒤집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 논란과 혼란을 종식시켜 달라”고 덧붙였다.

용인 지방의회와 보수 야당을 비롯해 일부 경기지역 지자체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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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6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유치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호남지역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남쪽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전북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시의회·군의회는 물론 시민단체로 구성된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유치추진위원회'는 “에너지 '지산지소'를 실현해야 한다”며 반도체 클러스터릃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호남발전특위 수석부위원장도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지역 분산 배치는 국가 생존의 문제”라며 “새로 증설하는 팹이나 소재·부품·장비 산단은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풍부한 호남지역으로 분산 배치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란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지역의 핫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산업계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쟁을 정치 논리가 아닌 기업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한 지역 민원 수준이나 당·지자체 간 정책 노선 충돌을 벗어나 기업 및 산업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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