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AI 시대, 감사가 인성을 완성한다

Photo Image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

기계의 지능은 이미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다. 언어를 이해하고, 감정을 흉내 내며, 이미지 속 미세한 결까지 읽어내고, 복잡한 문제를 순식간에 분해해 답을 찾아낸다. 기술의 진보는 경이롭지만, 그 찬란함 속에서 우리는 불안한 질문을 마주한다. “인공지능(AI)이 인간보다 더 현명해지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다움을 지킬 것인가?”

AI는 수백만 번의 학습을 반복하지만 감사할 줄 모른다. 정확한 답을 제시하지만 배려의 온기는 담아내지 못한다. 수많은 데이터를 조합해 세상을 분석하지만,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가질 수 없다. AI의 시대는 인간에게 되묻는다. “당신은 무엇으로 존재를 증명할 것인가?”

오늘의 교육은 클릭 한 번으로 강의가 전송되고, 추천 알고리즘이 학습의 방향을 안내한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은 정보의 이동이 아니라 사람의 성장, 마음의 각성, 관계의 회복이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이라도 학생의 눈빛 속 불안을 알아채는 것은 인성의 힘이며, 절망에 놓인 사람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감사의 힘이다. 감사는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인간을 회복시키는 내면의 기술이다. 감사하는 순간, 사람은 부족보다 충만을 보고, 원망보다 관계를 잇는다. 감사는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나침반이며, 인성을 완성시키는 가장 깊은 수행이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듯, 인간은 감사를 배워야 한다. 감사를 배우면 마음이 맑아지고, 관계가 부드러워지며, 삶은 제자리를 찾는다.

얼마 전 한 문장을 접하게 되었다. “감사를 잃어버린 인생들.” 그 짧은 문장이 오래도록 내 마음을 붙잡았다. 돌아보면 내 인생의 모든 전환점에는 감사가 있었다. 넘어졌을 때 손을 내밀어준, 말없이 곁을 지켜준 스승과 동료들, 그리고 부모님이 남겨주신 사랑과 성실의 유산. 그분들의 따뜻한 손길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AI는 감사할 줄 모르지만, 인간은 감사할 줄 안다. 그리고 감사할 때 비로소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간다.

Photo Image

대학도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지식을 나열하는 기관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사람의 가능성을 깨우는 공동체로 거듭날 것인가. AI 시대의 리더십은 더 이상 '빠르게 아는 자'의 것이 아니다. '깊게 느끼는 자, 함께 살아가는 자, 감사로 관계를 세우는 자'가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학생의 고민과 절망을 함께 아파해주고, 동료의 상처 앞에서 말없이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 작은 고마움을 깊이 새길 줄 아는 사람이 미래의 리더다.

나는 믿는다. 감사와 공생은 인성을 깨우는 두 날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하루 한 번 감사로 마음을 열고, 하루 한 번 공생의 자세로 관계를 잇는 태도, 그 작은 실천이 모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감사는 마음의 빛이고, 공생은 마음의 길이다. 빛이 있는 사람은 어둠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으며, 길이 있는 사람은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기계가 인간의 대부분의 일을 대신하게 되더라도, AI가 절대로 대신할 수 없는 다섯 가지가 있다. 마음, 감정, 인성, 감사, 공생. 교육이 지켜야 할 것도 바로 이 다섯 가지다. AI보다 빠른 머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AI가 흉내 낼 수 없는 따뜻한 마음을 키우는 일이 교육의 미래다.

기술은 세상을 바꾸지만, 인성만이 사람을 바꾼다. 그리고 사람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교육이 받은 마지막 사명이다. AI 시대는 기술의 시대처럼 보이지만, 실은 감사로 완성되는 마음의 시대다. 기계가 빠르게 배우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천천히, 그러나 깊이 있게 사유해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 그것이 인성을 완성하고 인간의 품격을 세운다. 교육의 마지막 보루는 지식이 아니라 마음이며, 그 마음을 지키는 힘은 언제나 감사에서 비롯된다.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 gby33@hanmail.net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실 비서실장, 교육부 교육안전정보국장, 충북도립대 6~7대 총장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을 맡고 있으며, 제13대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을 역임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