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1조원 규모의 미국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현지 합작법인(JV)에 대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복잡한 투자 구조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영풍이 유증의 시점과 구조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영풍은 18일 “미국 현지 제련소 건설이 장기 프로젝트임에도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연내로 잡아 불과 3영업일 차이로 JV에 약 44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라면서 “자금 집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납입 시점만 유독 앞당긴 배경을 놓고 이번 3자 유증의 목적이 미국 투자보다는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미국 제련소 건설 추진과 함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신주 인수 주체는 '크루시블(Crucible) JV LLC'이며, 대금 납입일은 12월 26일로 예정돼 있다.
크루시블 JV는 미국 전쟁부와 산업부 및 미국 내 전략적 투자자 그리고 고려아연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이다. 이번 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보통주 220만9716주를 2조8508억원(주당 129만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증자 전 기준으로 약 10.25%에 해당하며, 자사주 소각(68만10주)이 이행된 현재 시점 기준 크루시블 JV의 지분율은 약 10.59%까지 올라간다.
이 정도 지분은 영풍·MBK파트너스와 최윤범 회장 간 경영권 분쟁 구도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로 작동할 수 있다. 특히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자가 정해지는 올해 12월 31일 이전에 JV가 10%를 넘는 지분을 확보하도록 일정이 설계된 것 자체가 우호지분 확보 의도와 맞물린다는 해석이다.
증자 시점에 대한 지적도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결산배당 공시를 통해 1주당 2만원 배당을 결정했고 배당기준일은 12월 31일이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12월 26일 납입으로 마무리되면 크루시블 JV는 연말 주주명부에 등재돼 곧바로 배당 대상이 된다. 그 결과 크루시블 JV에 지급될 배당금은 약 442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불과 며칠 차이로 상당한 현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설계부터 완공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대규모 공장 건설 프로젝트 특성상 자금 집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데도 연내 납입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공장 착공 시점이 2027년 이후로 거론되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 집행 일정과 증자 시점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영풍은 납입을 연말로 맞춘 것에 대해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MBK파트너스의 지분율을 희석시키고 최 회장 측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442억원이 사업 목적이 아니라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비용이라는 것이다.
한편, 영풍·MBK파트너스는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배정은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은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