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 절벽'이 현실화된 2025년 하반기, 시장은 '실용'과 '신뢰'를 택했다. 불확실성 속에서 막연한 기대보다는 비용 절감과 효율을 즉시 보장하는 검증된 기술이 기업의 선택을 받았다. 전자신문이 선정한 '2025 하반기 베스트굿(Best Goods)'은 이러한 시장의 '옥석 가리기'를 통과한 제품들로 채워졌다. 화려한 마케팅보다는 실질적 생산성을 제공하는 '실리형' 제품이 주를 이뤘으며, 특히 AI·클라우드·보안은 기업 생존의 필수재로 자리매김했다.
우선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비용을 줄여주는 '실용 AI' 솔루션들이 대거 선정되었다. 지케스의 '엠클라우드'는 이기종 인프라 데이터를 통합 관제하여 시스템 장애를 사전에 예측하는 AI 솔루션이다.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전기·안전 분야까지 관제 범위를 넓혀 중대재해 예방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와치텍의 '와치올 AIOps' 역시 장애 발생 후 대응하던 기존 관제 방식의 비효율을 걷어냈다. AI 엔진이 이상 징후를 미리 발견하고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운영 인력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했다. 위세아이텍의 'WiseAIOps'는 AI 도입을 원하는 기업들의 고민을 해결했다. 개발부터 배포, 운영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하는 MLOps 솔루션으로, 복잡한 AI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 안정성을 확보해 주목받았다.
재무와 출장 관리 등 기업의 '숨은 비용'을 찾아내는 솔루션도 필수재가 됐다. 비즈플레이의 'bzp출장관리'는 AI가 최적의 교통편을 추천하고 규정 위반을 잡아내 기업의 출장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B2E 서비스다. 웹케시의 '브랜치Q'는 자연어 대화가 가능한 AI 자금 비서로, 복잡한 자금 업무를 대화하듯 처리할 수 있게 해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보안 분야에서는 '신뢰'가 핵심 키워드였다. 유넷시스템즈는 전 세계 240만 화이트해커의 집단지성을 활용한 '해커원 버그바운티 플랫폼'으로 선정됐다. 공격자 관점에서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방식으로, 최근 AI 모델의 결함을 찾는 'AI 레드팀' 서비스까지 더해 보안 신뢰도를 높였다. 엑스게이트의 'AX-Quantum'은 양자 기술을 활용해 해킹이 불가능한 무작위 난수를 생성, 양자컴퓨터 시대의 위협까지 대비한 하이브리드 보안 솔루션으로 인정받았다.
네트워크와 엔드포인트 보안에서도 기술 진보가 돋보였다. 시큐아이의 '블루맥스 NGF 프로'는 전용 가속기를 통해 성능 병목 현상을 해결한 고성능 차세대 방화벽으로, 대용량 트래픽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보안을 제공한다. 안랩의 '안랩 XDR'은 AI 비서 '애니(Annie)'를 탑재해 복잡한 보안 위협을 직관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SaaS 플랫폼으로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이 밖에도 에이전트 설치 없는 원격 통제로 공공 시장을 공략한 아란타의 '위즈헬퍼원', 문서중앙화에 AI 활용성을 더한 모코엠시스의 '엠파워 이지스-C'가 강력한 보안과 편의성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드웨어와 기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성능'이 선정의 기준이 됐다. 델 테크놀로지스의 '델 프로 맥스 위드 GB10'은 책상 위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할 수 있는 초소형 AI 시스템으로, 로컬 환경에서의 강력한 연산 능력을 검증받았다.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는 스마트폰을 지능형 AI 에이전트로 진화시키는 핵심 프로세서로, 모바일 AI 경험의 혁신을 이끌었다.
특정 업무의 난제를 해결하고 인프라를 지탱하는 기술 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웨어비즈의 'ARGOS OCR'은 독자적인 시각 모델을 통해 구겨지거나 왜곡된 문서 이미지도 99% 이상 정확하게 인식하는 기술력을 과시했다. 지티원의 'FATCAXpress'는 복잡한 해외금융계좌 신고 업무를 자동화해 금융기관의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해소했다. 에이치투오시스템테크놀로지의 '타이탄 뉴럴웍스'는 100만대 기기를 동시 연결하는 고성능 미들웨어로, 외산 의존도가 높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국산 기술의 저력을 입증하며 초연결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김정희 기자 jha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