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 자유여행 시대, 관광통역안내사법 개정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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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

현행 관광통역안내사법은 1961년 관광사업진흥법으로 시작해 60년 넘게 동일한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 여행사가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인솔할 때 반드시 국가 자격증을 가진 관광통역안내사를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자유여행객들은 대부분 본인들이 알아서 코스를 계획하고, 필요시 하루이틀 정도 친구같은 가이드를 원한다.

문제는 현행법상 개별 자유여행객을 '친구처럼' 여행 시켜 주는 것도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자국 관광객에게 명동 쇼핑을 도와주거나, 로컬 호스트가 성수동 카페 이곳저곳을 같이 방문해 주는 경우에도 불법이 될 수 있다. 2024년 10월 서울시가 홍대와 명동에서 실시한 단속에서 62명의 가이드를 점검해 6명의 불법 가이드를 적발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일본은 2018년 관광통역안내사법을 전면 개정해 누구나 자격증 없이 유료 가이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자격증은 '국가공인 통역안내사'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일 뿐 가이드 활동 자체에는 필요하지 않다. 당시 일본은 2020년까지 4000만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던 중 가이드 부족 문제가 심각했다. 규제 완화로 시장이 자율적으로 수요를 충족하도록 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06년 서비스 지침으로 회원국 간 서비스 제공의 자유를 보장하며 투어 가이드 라이선스 요구를 제한했다. 1991년 유럽사법재판소는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에 대한 판결에서 각국이 타국 가이드에게 자국 라이선스를 요구하는 것은 서비스 제공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단, 박물관과 역사 유적지처럼 문화재 보호가 필요한 특수한 장소에 대해서만 전문 가이드 자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예외를 인정했다.

미국에서는 수정헌법 제1조를 근거로 투어 가이드 라이선스 요구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있었다. 워싱턴 DC는 2014년 라이선스를 폐지했고 272명의 새로운 가이드가 시장에 진입했지만, 트립어드바이저 리뷰 1만5000건을 분석한 결과 투어 품질은 전혀 하락하지 않았다.

에어비앤비 익스피리언스, 겟유어가이드, 바이에이터같은 플랫폼은 정부 라이선스 없이도 품질 관리가 가능함을 증명한다. 이들 플랫폼은 실시간 리뷰와 평점 시스템으로 나쁜 가이드를 자연스럽게 걸러낸다. 2023~2024년 에어비앤비는 미국에서만 850억달러의 경제 활동을 창출하고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했다.

한국의 현행 시스템은 역설적으로 공급 부족과 과잉 공급이 동시에 존재한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가이드는 상대적으로 많지만,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가이드는 심각하게 부족하다. 한국관광협회 인바운드위원회는 '이 규제 때문에 관광객들이 한국 대신 일본을 선택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는 어떤 정책 변경도 발표하지 않았다.

필자는 모든 규제의 즉각 폐지를 주장하지 않는다.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창덕궁 같은 중요 문화재에서는 높은 전문성을 가진 가이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 투어, 쇼핑 안내, 먹거리 투어, 체험 활동은 자유화돼야 한다.

첫째, 3단계 시스템을 도입하자. 국가 문화재는 전문 가이드가, 일반 투어는 플랫폼 인증 가이드가, 쇼핑과 맛집 안내는 캐주얼 동행자가 담당한다. 둘째, 외국인 유학생이나 거주자가 자국 관광객을 가이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싱가포르처럼 120시간 교육 후 가이드 자격을 부여하면 된다. 셋째, 플랫폼이 심사, 교육, 보험, 분쟁 해결을 담당하고, 정부는 플랫폼 자체를 감독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넷째, 서울 일부 구역이나 제주도에서 2년간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관광객 만족도와 경제 효과를 측정해 전국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은 2025년 1850만명, 2027년까지 3000만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낡은 규제는 이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다. 자유여행객들은 자격증이 아니라 진정성을 원한다. 관광통역안내사법 개정은 규제 철폐가 아니라 시대에 맞는 규제 현대화다. K컬처가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인이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 강점을 인바운드 여행에서도 살려 보다 많은 국민이 K여행 성수기의 혜택을 받을수 있기를 희망한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 haemin.yim@creatr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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