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 트럼프 관세 심리 시작…하급심은 모두 불법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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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이 29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 특별연설을 마친 뒤 손을 흔들며 퇴장하고 있다. 경주=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미국 연방대법원이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심리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부과가 대통령 권한 내에 있는지 판단한다. 결과에 따라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에 중대한 파장을 가져올 전망이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워싱턴DC의 대법원 청사에서 이번 관세 소송과 관련한 구두 변론을 개시했다. 정부 측 대리인과 소송을 제기한 중소기업 및 민주당 성향 12개 주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차례로 나와 법정 공방을 펼쳤다.

주요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삼은 것이 정당한지였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할 여러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하는 데 그중 하나는 수입을 '규제'할 권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근거해 100개 이상 나라에 국가별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는 25%의 관세를 적용했지만, 이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조건으로 이 관세를 15%로 낮췄다.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D. 존 사우어 법무차관은 이날 대법관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 권한을 사용한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미국을 경제·국가안보적 재앙 직전의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세 부과가 여러 무역 협상을 타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그 합의들을 되돌릴 경우 “미국은 훨씬 더 공격적인 국가들의 가차 없는 무역 보복에 노출되고, 경제·국가안보 측면에서 파괴적 결과를 맞으며 강한 나라에서 실패한 나라로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한 중소기업들을 대리하는 닐 카티알 변호사는 이에 맞서 “관세는 곧 세금”이라며 “(헌법을 만든) 우리 건국자들은 과세 권한을 오로지 의회에만 부여했다”고 말했다. 카티알 변호사는 “의회가 IEEPA를 제정하면서 언제든, 어느 나라든, 어떤 제품이든 대통령이 마음대로 관세를 정하고 변경할 권한까지 넘겨줬다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이 사건에서 정부가 승리하면 우리는 그 (빼앗긴 의회의) 권한을 다시 되찾아 올 수 없다”고 호소했다.

앞서 1심을 맡은 국제무역법원(USCIT)과 2심을 관장한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 등 하급심 법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 권한을 활용해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한 조치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현재 보수 우위 구도(보수 6·진보 3)로, 그간 주요 사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결정을 한 전례가 있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하더라도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 관세를 부과할 '플랜B', 즉 다른 법적 수단은 여전히 남아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이날 대법원 심리를 방청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난 변론이 매우 잘 진행됐다고 생각한다”며 승리를 낙관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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