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학교(총장 최도성)는 김아람 생명과학부 교수연구팀이 서종철 포스텍 교수팀과 공동으로 백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을 활용, 식물성 플라보노이드 루틴(rutin)의 항비만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야채를 많이 먹어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이유'에 대한 생리학적 해답을 제시하며, 장내 미생물과 식물성 플라보노이드의 정교한 상호작용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채소에 풍부하게 들어있지만 그동안 체내 흡수율이 낮아 효능이 제한적이었던 루틴의 한계를 '생물정보학 기반 루틴-유산균 조합' 을 통해 극복했다. 특히, 백김치 유래 유산균 'HAC03'이 소장의 특정 부위인 회장(ileum)에서 루틴을 아이소퀘르세틴(isoquercetin)으로 빠르게 전환시켜 흡수를 극대화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흥미롭게도 'HAC03'은 아이소퀘르세틴을 퀘르세틴(quercetin)으로도 전환하지만 그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루틴의 대사 산물들 중 흡수력과 항비만 효과가 가장 뛰어난 아이소퀘르세틴이 회장에 오래 머물며 효율적으로 흡수되도록 돕는다. 또 루틴은 반대로 'HAC03'의 회장 정착을 촉진, 특정 플라보노이드와 백김치 유래 유산균이 회장에서 서로의 생리활성을 강화하는 형태로 시너지를 형성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밝혀졌다.
김아람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단순한 프로바이오틱스·폴리페놀류의 혼합 효과를 넘어, 장내에서 두 물질이 상호작용하며 흡수 위치와 속도를 조절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시했다”며 “이 과정에서 장내 유익균의 존재가 특정 식물성 플라보노이드의 항비만 효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플라보노이드-프로바이오틱스간 상호 작용을 이용한 맞춤형 항비만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또 식이 플라보노이드와 발효 미생물 자원을 과학적 데이터베이스 기반으로 정밀하게 조합하면, 현대인의 비만과 대사질환 문제 해결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동대학교 생명과학연구소 강윤구 연구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으로 수행됐으며, 결과는 식품화학·영양학 분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푸드 케미스트리(Food Chemistry)'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