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극단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지난달 말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해 관세로 보복하겠다는 메시지를 꺼낸 데 이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한국 기업을 상대로 사상 최대의 이민 단속까지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지난달 25일 디지털 규제에 대한 경고로 한국을 향한 포문을 열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에 미국 기술 기업을 규제하는 국가에는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미국 기술 기업을 공격하는 국가들에 맞설 것”으로 시작하는 메시지는 디지털 세금, 디지털 서비스 법률, 디지털 시장 규제 등을 시행하는 국가가 차별적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상당한 추가 관세와 기술·반도체 수출 제한을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분위기였다. DMA는 대형 디지털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를 규제하고 디지털 시장의 공정성과 경쟁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그런데 미국의 정치 매체 폴리티코 보도를 통해 그의 메시지가 한국을 향한 것이라는 게 밝혀졌다.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했다는 한 측근은 “트럼프의 게시물은 한국, 그리고 디지털 무역에 관한 새 규정을 검토하는 다른 나라들에 EU 접근법을 따르지 말라는 경고였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보도에는 한미 정상 회담의 공동 성명이 나오지 않은 이유가 디지털 규제와 관련한 양국의 이견 때문이라는 내용까지 담겼다.
4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이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회사 건설 현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 단속에서 470여명이 체포됐는데 대다수가 한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불법 체류자이고, 단속 요원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국 투자를 종용해 결과물을 얻어 놓고 이번엔 이를 일자리 문제, 즉 정치 이슈로 비화해 지지층 결집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상황은 양국 신뢰가 한층 굳건해졌다는 평가가 따르는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지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당시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양국 동맹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이후 분위기는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다양한 분석과 관측이 나오지만 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 자국의 이익이 되는 것은 가리지 않고 얻으려 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의 최종 서명이 이뤄지지 않았고 양국의 동맹 현대화 등 다양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포인트를 찾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과제다. 이민 단속처럼 '설마' 했던 지점까지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다. 더 험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가정이 아니라 현실로 봐야 한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