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창업 생태계는 정규 인력 중심의 고정 조직을 넘어, 핵심 시드멤버만을 두고 포지션별 외부 파트너들과 유연하게 협업하는 구조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기민함과 생존 가능성, 그리고 책임 분산의 형태다.
각기 다른 팀과 무리들은 자율적으로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노동을 기반으로 하되, 전체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공동 서비스를 공동 설계하는 구조를 따른다. 이때 핵심은 '생활이 가능한 구조'와 '미션에 기여하는 구조'가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각 무리는 본인의 전문성과 시장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자율성을 유지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전체 조직이 함께 만들고 키워야 할 공동 서비스를 위한 시간과 역량을 일부 투입한다.
이 공동 서비스는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직선적으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1차 공동 서비스가 새로운 잉여를 만들어 내고, 그 잉여가 다시 2차, 3차 공동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유기적 진화의 구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구조가 합쳐졌다가 다시 분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직은 특정 시점에 전략적으로 합쳐지되, 공동의 미션이나 분배 구조가 맞지 않을 경우 언제든 다시 분리될 수 있어야 한다.
유연한 연방 구조로 설계된 조직만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무리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공동에 기여할수록 공동체는 성장하고, 그 성장은 다시 무리 개개인의 생존 기반을 강화시킨다. 이 선순환 구조야말로, 앞으로의 기업이 설계해야 할 지속성의 조건이다.
이러한 구조는 단지 철학적 상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 이 시대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SaaS, 노코드 툴, 오픈소스, 인공지능(AI) 등 기술과 도구가 단순 노동력이 필요한 시장을 대체 해주면서 실무자들의 능력을 급격하게 상승 시키고 있다. 이로서 1명이 낼 수 있는 성과의 범위가 넓어지고, 조직과 사람의 의존도가 낮아졌다. 또 소셜미디어, 크라우드펀딩,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등 자본 조달을 위한 네트워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연결되기도 한다. 그 결과 단 몇 명의 팀만으로도 하나의 서비스, 브랜드를 만들고, 단기간 내 수십만 명의 사용자와 접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성장의 속도는 가팔라졌고, 생존 기간은 짧아졌다. 제품의 수명 주기는 짧아졌고, 투자자들은 더 빠른 회수와 증명을 요구한다. 기업은 '시작하는 법'은 배웠지만, '지속하는 구조'를 갖추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실제 구성원들은 어떤 조직에도 '속해 있다'는 감각 없이 각자의 전선에서 생존 중이거나, 대부분은 내부 구성원의 생계를 책임질 구조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투자와 소진 사이에서 빠르게 탈락한다. 그렇게 지속 가능성보다 '버티는 법'에 집중하게 된 조직은 결국 외부 자본에 의존하게 되고 그 순간 공동체로서의 본질을 잃는다.
지속 가능성은 규모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가? 어떤 구조로 연결될 것인가? 그 연결이 얼마나 유연하게 변화에 반응할 수 있는가? 이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조직만이 앞으로의 시대에 살아남을 것이다.
이미 곳곳에서 팀들이 기술이 아니라, 믿음과 구조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 움직임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느슨하게 연결되며, 하나의 생태계로 성장하는 시간이 기대된다.
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