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자동차산업, 고래 싸움에 등 터진다

Photo Image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가별 자동차생산 추이자동차산업 시간당 임금 비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15%의 상호 관세로 마무리했다. 자동차·부품 품목 관세도 15%로 동일하나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무관세 효과가 소멸하고, 경쟁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완성차 수출 물량의 49.3%를, 부품 수출 금액의 37.7%를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고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예정이다. 아직 협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정부와 합심해 시시각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 범위가 배터리·반도체 뿐만 아니라 데이터와 소프트웨어(SW) 등 관련 서비스 산업으로 확대, 과거와 다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가 미국과 새로운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나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과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국내 완성차의 개방형 조달과 현지화가 가속할 예정이어서 아래로부터 위기, 즉 부품·소재·장비 등 협력사의 위기 가능성에 사전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파고가 덮친 우리 자동차 산업은 중국이 일대일로와 신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신흥 경제 5개국) 전략을 통해 국제화와 세계화를 가속하고 있어 또 다른 장벽을 극복해야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극약처방을 내린 트럼프 행정부

한국과 미국간 통상마찰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통상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미 FTA을 2007년 타결한 후 2012년 발효했다. 하지만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미국은 2019년 우리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한미 FTA를 개정했다. 주지하다시피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10%의 보편 관세와 대미 무역수지흑자가 큰 국가에 대한 차등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해온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하반기부터 나타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고, 교역 상대국의 경제를 악화시켜 자국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근린 궁핍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칫 미국의 고립화로 귀결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자동차 산업이 경험하지 못한 극단적 조치를 남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관세가 자동차 수입을 억제하고 시장 개방 등 미국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고려할 때 미국 자동차 산업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제조업 고질적 문제 중 하나가 인력 부족이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은 제조업보다 금융 등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왔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가 제조업 부활을 부르짖고 있지만 제조업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미국은 1999년부터 과학·기술, 엔지니어링, 수학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인력을 육성해 왔으나 새로운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만성적 전문 인력난에 부딪혀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혁신 역량 저하다. 미국 자동차 산업 연구개발(R&D) 투자는 독일과 일본에 뒤진지 오래다. 최근 전문 인력의 해외 이탈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완성차는 전통적 제조보다 소프트웨어(SW)와 인공지능(AI) 등 서비스업이 중심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GM은 2015년 이후 양적 성장을 지양한다면서 유럽과 인도 등 해외 공장을 폐쇄하고 북미와 중국 중심의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대량 생산의 대명사 포드도 성장이 부진하며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과 탈공업화의 단초를 제공한 크라이슬러는 해외로 매각·표류하고 있다. 2003년 등장한 테슬라도 중국 전기차 파상공세에 따라 힘을 잃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자국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 내 임금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으며, 디트로이트 자동차 기업의 평균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미국은 자국의 뿌리이자 우방국 영국 자동차 산업에 10%의 품목 관세를 부과했다. 영국의 대미 수출 물량이 10만대에도 못 미치지만 상징적 의미로 관세 협상을 조기 타결했다. 1980년대 미국과 지루한 통상협상을 벌여 온 일본은 쌀시장 개방과 대규모 펀드 조성을 통해 자동차와 부품 관세를 기존 2.5%에 15%를 더해 17.5%에서 결정했다. 우리 자동차업계의 대일본 가격경쟁력 우위 유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과 신경전을 벌여 온 EU는 일본보다 많은 펀드 조성과 대미 수입 자동차에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합의해 15%의 관세에 합의해 우리와 대등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미국과 FTA을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갑론을박하면서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부품 수요의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미국 완성차는 생산기지를 경쟁적으로 멕시코·캐나다로 이전했다. 이에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의 부품 수입 비중이 절반에 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가 미국의 주권 침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보복 관세로 대응하자 35%로 상호 관세 수준을 높였다. 하지만 NAFTA을 개정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규정을 만족시키는 대미 수출 품목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와 협상이 종료되지 않자 USMCA 규정을 충족시키는 멕시코산 자동차·부품 수입에 대해 90일간 관세 면제를 연장했다. 이에 멕시코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승용차 중 55.9%가 관세 면제 대상이다. 미국과 캐나다·멕시코는 2026년 USMCA 개정 협상을 벌일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교역 상대국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시장 개방과 미국 내 직접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중국의 도전을 뿌리쳐 세계 경제 패권을 유지하는데 두고 있어 고관세 정책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단기 수익성 악화와 중장기 미국 자동차 산업 퇴보 예상

완성차는 고관세 부과에도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 시장 자동차 평균 판매가격이 5만 달러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서 가격 인상은 소비자 부담을 가중해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관세로 인해 자동차 업계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으며, 감원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력에 따라 미국 자동차 기업과 유럽을 비롯해 여타 국가 기업간 전략적 제휴가 감소하는 대신 다른 국가 기업간 제휴가 증가하면 미국 자동차 산업 기술력이 퇴보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대미 수출 감소와 한국GM(GM 한국사업장) 공장 폐쇄 가능성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신공장 메타플랜트아메리카를 완전 가동해 현지 생산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수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GM 본사는 아직 공식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단지 설비 전문가가 한국GM 노후 설비를 살펴보고 갔고 예약이 밀려 있는 한국산 2개 차종의 생산에 주력해 달라는 부탁만 본사를 방문한 한국GM 노조 대표자에게 전달했다. 한국GM이 생산하고 있는 2개 차종의 미국 내 생산 이전은 효율성과 환율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GM이 북미 생산 네트워크와 중국 생산 공장의 효율성 제고를 추진하고 있어 한국GM의 역할도 조정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현대차·기아와 GM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조정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두되는 산업공동화와 같이 산업계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주장은 정확한 분석에 근거해야 한다. 특히 수출선 다변화를 강조하면서 산업공동화를 우려하는 모순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1980년대 제조업 위기를 맞은 미국에서도 산업공동화 논의가 있었으나 1998년 행정부와 의회가 미국 제조업의 공동화 논의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공식 결정했다. 국내 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은 하락했지만 절대 생산액이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생산은 413만대로 해외 생산 365만대를 상회했다. 외환 위기 이후 국내 산업공동화 가능성에 관한 주장과 연구가 진행됐지만 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은 큰 변화가 없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과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세계 자동차 산업의 불확실성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는 미국 자동차 내수 둔화와 한미FTA의 무관세 효과 상실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감소할 수 있다. 또,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완성차가 국제화와 세계화를 가속함으로써 우리 자동차업계의 수출시장 다변화를 제약할 수 있다. 이미 폭스바겐과 현대차·기아의 세계시장 판매가 감소하고 있고, 중국에 진출한 선진국 완성차는 판매 물량이 감소하자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평가해 왔다. 하지만 미국 통상 관련 고위직은 연이어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정부가 자동차 산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참에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과 구조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속 국내 완성차 업체는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했다. 창업과 해당 업종 기업의 자동차 사업 진입이 증가해 부품기업수만 2만여개로 증가했다. 국내 1차 공급사가 691개로 감소한 가운데 외부감사 대상 공급업체 1485개, 10인 이상 공급업체 4272개를 뺀 나머지는 고용이 10인 미만인 영세기업이다.

우리나라보다 2.5배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미국의 자동차 부품업체 수가 1만8176개로 추정되는 가운데 국내 부품업체 수가 너무 많아 그만큼 비효율이 크다. 자동차 부품사 사업 전환이 부진하고 한정된 지원 예산으로 국내 부품사 모두를 지원하기는 어렵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좀비 기업 비중이 30%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원 배분이 비효율적으로 흐르면 구조 개편과 구조 고도화는 커녕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트럼프 파고를 피하더라도 중국 자동차 기업과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아프리카를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 진출해 있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미 수출과 현지 생산 기업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 이해관계자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Photo Image
자동차산업 시간당 임금 비교〈자료:독일자동차산업협회〉
Photo Image
미국 자동차산업 고용 추이〈자료:미국노동통계국·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제도〉
Photo Image
국가별 자동차생산 추이〈자료: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 lyg8779@hanmail.net

〈필자〉1987년부터 산업연구원에서 자동차산업 연구를 담당했다. 2020년부터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호서대 조교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등을 역임하고 올해부터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친환경차 보급 뿐만 아니라 기업간 협업법 제정과 상생 결제 시스템 구축에 기여했다.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자동차 융복합 미래포럼 위원, 중소벤처기업부 규제 특구 자문위원, 환경부 WTO 무역과 지속 가능 환경협의체(TESSD) 대응 TF 위원, 인베스트 코리아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