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미세한 압력으로 결정구조와 자성 동시 제어 성공

포스텍(POSTECH)은 이대수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복잡한 장비 없이 간단한 기계적 압력만으로 금속 산화물 소재의 내부 구조와 자석 성질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전자소자 기술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며,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최근 게재됐다.

스마트폰, 전기차 같은 첨단 전자기기 성능은 다양한 소재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금속 산화물처럼 널리 쓰이는 소재는 내부의 미세한 결정들이 어떻게 배열되느냐에 따라 전기가 잘 흐르거나, 자석처럼 작동하거나, 빛을 내는 등 전혀 다른 성질을 띤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 구조는 대부분 여러 방향으로 뒤섞여 있어, 원하는 성질을 구현하려면 고온 가열이나 강한 전기 자극 같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공정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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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힘 현미경(AFM) 팁을 통한 박막의 강탄성 도메인 및 결정 방향 제어 모식도

연구팀은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바로 원자힘 현미경(AFM)의 뾰족한 탐침으로 소재 표면을 살짝 눌러주는 것이다. 종이를 접듯 미세한 압력을 가하면 복잡하게 얽힌 결정들이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렬되고, 원하는 부분을 다시 되돌리거나 여러 패턴을 그려낼 수도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두 종류의 특수 금속 산화물 박막 내부에 있는 결정들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결정 배열이 바뀌면 소재의 자성, 즉 자석처럼 정보를 저장하거나 신호를 전달하는 성질도 함께 달라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AFM의 탐침으로 특정 부위에 원하는 자성 패턴을 새기는 데 성공했으며, 나아가 소재 내부 깊은 층까지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해 여러 층이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는 입체적인 3차원 결정 구조를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소재 내부 결정 구조와 성질을 정밀하게 제어할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를 활용하면 더 빠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메모리나 센서뿐 아니라, 전자 스핀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처리하는 스핀트로닉스 소자 같은 차세대 전자부품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대수 교수는 “단순한 기계적 힘만으로 결정 구조와 자성을 동시에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라며, “이번 성과가 차세대 전자소자 및 스핀트로닉스 기술 연구에 혁신적인 전환점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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