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마이크론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제치고 차세대 모바일용 D램을 먼저 출시했다. 한국 메모리를 추격하려는 마이크론의 신기술 확보 행보가 빨라졌다.
마이크론은 3일(현지시간) “1감마(γ) 공정으로 LPDDR5X 메모리 검증 샘플을 출하했다”며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을 위해 설계된 1감마 D램 출하는 업계 최초”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지난 2월 중앙처리장치(CPU)용 1감마 D램 샘플을 인텔·AMD 등에 공급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에 모바일용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D램은 회로 선폭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a(4세대)-1b(5세대)-1c(6세대)' 순으로 회로 선폭을 줄여 오고 있는데, 마이크론 1감마는 '1c'에 해당된다. 회로 선폭은 약 11~12나노미터(㎚)로 추정된다.
마이크론의 이번 샘플 출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일정이 빠르다. 삼성전자는 1c 제품을 개발 중이고, SK하이닉스는 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앞서 샘플을 내놓은 건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급성장이 예상되는 AI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AI 스마트폰은 데이터센터와 연결되지 않고 자체 단말기에서 AI 연산을 수행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와 저전력의 LPDDR 램이 요구된다.
마이크론은 “1감마 LPDDR5X 데이터 처리 속도는 1초당 10.7기가비트(Gbps)로 업계 최고이며 최대 20%의 전력이 절감된다”며 “이전 세대 대비 음성 번역 속도가 50% 이상 빨라져 AI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모바일 D램 제조에 처음으로 초미세 회로를 구현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했다. 또 신제품 패키지 크기가 0.61㎜로 경쟁사 제품보다 6% 얇고, 이전 세대 대비 높이를 14% 줄여 초박형과 폴더블 스마트폰에 최적화됐다고 부연했다.
마이크론은 이 D램을 내년 중 출시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게 목표다. 용량을 8기가바이트(GB)에서 32GB까지 다변화, 고객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다만 샘플 출하와 별도로 양산 과정에서 안정적인 수율 확보가 과제가 지목된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