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고교학점제 진로 교육 강화한다더니…'진로와 직업' 교과 유명무실

[고교학점제 현장 체크] ②선택교과로 밀려난 ‘진로와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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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진로 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의 진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진로와 직업' 교과를 선택으로 남겨둬 고교학점제의 진로 교육을 더디게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현재 고교학점제가 시행되고 있는 고1의 경우, 1학년 2학기 10월경까지는 진로를 정해야 한다. 각 학교는 고1 학생을 대상으로 7월경 진로 관련 사전 조사를 시행하고, 2학기 때 다시 한번 학생들의 진로 조사를 진행한다. 따라서 1학년 1학기에 학생의 진로 로드맵을 그릴 진로 교육과 진로상담이 필요하지만, 진로와 직업 교과 수업은 입시 교과 등에 밀려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진로전담교사는 “우리 학교의 경우는 진로와 직업 수업이 정보 교과에 밀리면서 1학년 2학기에 수업이 배치됐다”면서 “1학기에 학생들과 만나 진로 정보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지 못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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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립 고등학교의 경우, 진로와 직업 교과 수업을 아예 하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족한 진로 교육을 창체 시간을 활용해 진행하는 학교도 다수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이수 과목이 많아지다 보니 진로와 직업 수업을 배치하지 않은 학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진로전담교사가 실제 교과 수업이 없는 경우가 발생해 학생들과의 접점이 줄어 진로상담을 할 기회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진로전담교사 가운데서는 진로와 직업 교과가 학생 평가를 하지 않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없는 한계로 인해 학교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학년 1학기에 학생들에게 고교학점제 전반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고 진로 탐색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하지만 입시에 매몰된 나머지 진로 교육은 뒷전이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진로전담교사는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학생들이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며 “진로 탐색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진로와 직업을 필수교과로 지정하거나 시수를 늘려 현실적인 진로 교육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교육 내 진로 교육이 유명무실해지면서 사교육에 또다시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고교학점제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고 학교에서도 심층적인 진로 컨설팅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를 타깃으로 한 학원들의 불안 마케팅도 심화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의 진로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최근 딸과 학원을 찾아 진로 컨설팅을 받고 왔다”면서 “학부모 사이에서는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인해 사교육비만 더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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