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본법상 규제 유예를 놓고 국회·업계·학계 내 의견이 맞서고 있다. 안전·신뢰 관점의 최소 규제 필요성과 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 유예 필요성 주장이 팽팽히 대립하는 것이다.
규제 유예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로선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회 상임위원회 내에서 규제 유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게 근거다. 다만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AI 규제 합리화' 방침이 향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국회·AI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AI기본법 규제 3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에 대한 법안 심사계획을 잡고 있지 않다. 개정안이 위원회로 회부됐지만 첫 관문인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 일정 역시 미정이다.
특히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김현 법안소위장이 해당 법안에 모두 부정적으로,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게 국회 내 전망이다. 실제 황정아 의원이 해당 개정안을 발의하기 전 한두 차례 내부 회의에서 과방위원장과 수석전문위원을 비롯한 대다수가 규제 유예에 반대 의견을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4월 18일자 2면 참조>
황 의원은 'AI 시대에 걸맞은 규제는 보다 과감하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개정 필요성을 밝혔지만 국회 내부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규제 유예 필요성을 공론화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조차 개정안에 대한 환영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 등 업계와 학계 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AI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없으면 자유·경쟁 측면에서 대다수 기업에 무조건 긍정적”이라면서도 “법과 하위법령이 존재하면 사실상 법령에 준하는 책무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규제 유예 실효성에 대한 의문 제기다. 향후 보다 강력한 규제가 신설될 가능성도 우려한다.
또 세계 최초 규제라는 측면에서 당장 기업에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소 규제 방침을 지속 밝히는 점, AI기본법 하위법령 정비단의 시행령 초안에 당장 규제 대상이 포함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진흥·규제 관련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과기정통부는 일단 규제 유예 여부에 관계없이 시행령 작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AI기본법 규제 유예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내년 1월 AI기본법 시행을 위한 진흥 등 하위법령은 필요한 상황이다.
AI학계 관계자는 “최근 시민단체에서 AI기본법 제정 전 대비 투명성·안전성·신뢰성 외 규제 필요성에 대해 규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생성형 AI로 순기능을 인지한 결과로 풀이되는데, 최소 규제마저 유예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면 다시 갈등과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규제 유예 여부는 대선 이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고 AI 규제 유예를 공식화하면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는 최근 'AI 규제 합리화', '네거티브 방식의 AI 규제'를 언급하며 규제 유예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