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펀드런 막을 제도 없다”…유동성 위기 대응 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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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금융시장에서 펀드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내 자본시장 시스템이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제도적 수단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증권사 9곳이 랩어카운트, 특정금전신탁 계좌에서 '채권 돌려막기' 방식으로 고객 간 손익을 전가한 사실을 적발해 제재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핵심 쟁점은 개방형 간접투자상품의 유동성 리스크였으며, 금융위는 이 문제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국제 금융안정기구(FSB) 등을 중심으로 개방형 펀드의 유동성 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한 유동성 관리수단(LMT) 도입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관리 수단이 부재하다”며 “중장기적으로 펀드런에 대비할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펀드런은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때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펀드 자산의 강제 매각, 손실 확산, 추가 환매 요구로 이어지는 연쇄적 위기 상황을 말한다. 과거 국내외에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나 MMF 자산 붕괴 등이 벌어질 때마다 반복적으로 지적된 리스크다.

유동성 관리수단은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 요청을 발생할 경우, 이를 일시적으로 제한한거나 지연시켜 펀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장치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로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은 관련 제도를 이미 도입, 확대 중이다. 반면 국내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한 금융위 위원은 “이번 증권사 제재의 본질은 시장금리와 환율 변동에 따른 시장 리스크인데, 국내 규제는 유동성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공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는 제재로 경각심을 주었으나 제재만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다”며 “LMT 제도 같은 규제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현재 증권사에 적용되고 있는 낡은 규제 체계도 문제로 지목했다.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할 때 활용하는 '순자본비율(NCR)' 기준은 전통적인 증권 영업 시장에 맞춰 설계됐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이 은행처럼 다양한 자산운용 상품을 취급하면서 NCR은 실제 영업 행태와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이러한 과거 기준으로는 새롭게 등장하는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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