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온용 SiC 섬유 제조 기술 국산화 선봉
경량에 고강도 특성 우주항공·방산 핵심기술로
군수용 외 민수 응용처 기술 활용 저변 넓혀

“세라믹 섬유 중에서도 실리콘카바이드(SiC) 섬유는 이론적 녹는점이 약 2700℃에 이르러 가장 우수한 내열성과 내구성을 가집니다. 우주항공 발사체, 방산 추진체, 원전 피복재 등 가혹한 환경에서 사용하는 핵심 소재로 우리나라가 반드시 내재화해야 하는 기술입니다.”
조광연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 우주항공융복합소재센터 수석연구원은 초고온용 SiC 섬유와 세라믹 강화섬유 복합소재(CMC), 원전용 흑연소재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고결정질 SiC 섬유 제조는 1970년대 일본에서 랩 스케일로 개발된 후 상용화되기까지 약 30년이 걸릴 정도로 어려운 기술로 꼽힌다. 가벼운데다 강도까지 높아 항공기 엔진 소재로 쓸 경우 연비를 30% 이상 향상하면서도 40만시간 내구성을 보장한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기업과 연구소가 경쟁적으로 개발에 뛰어든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조 수석연구원이 2008년 처음 뛰어들어 기초기술을 확립했다. 그는 10여년 전 수출허가(EL) 품목으로 규제받아 국내에 기반 기술이 전혀 없었던 SiC 섬유 원료인 폴리카보실란(Polycarbosilane) 개발부터 방사 및 안전화, 초고온 열처리 공정까지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1300℃급 내구성을 갖는 SiC 섬유 제조에 성공했다.
완성한 SiC 섬유 제조 기술은 국내 방산기업에서 부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2029년까지 비행기 엔진 국산화를 목표로 진행 중인 한 대기업 로드맵에 맞춰 최고 성능을 가진 결정질 SiC 섬유 제조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연구진은 현재 관련 기초 기술을 확보한 상태로 아직 양산 단계는 아니지만 전문성을 축적해가는 중이다.
조 수석연구원은 “최고 품질의 SiC 섬유는 수십에서 수백나노의 β-SiC 미세결정질로 구성된 미세 조직을 가져야 한다”며 “고결정질 SiC 섬유 제조에서 핵심적인 요소기술은 전자빔에 의한 안정화 공정으로 고가의 대규모 전자빔 장비와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SiC 섬유의 군사적 응용 외에도 민수 응용처 확대를 위해 SiC 섬유가 갖는 와이드밴드갭 반도체적 특성을 활용해 고성능 마이크로파 발열 특성과 고온 영역에서의 촉매 특성 발현 현상, 금속 도핑을 통한 센서 기능 발현 현상 등도 발견해 기술 활용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SiC 섬유 제조 기술 개발에 대한 성과는 SiC 섬유를 초고온 영역에서 사용하기 위한 300억원 규모의 우주항공용 CMC 제조 기반 구축사업 수주로 이어졌고 2023년 구축을 완료했다. 지난해 우주항공청(KASA) 설립에 발맞춰 우주항공산업 활성화와 지역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세라믹섬유융복합센터에는 20여개 관련 기업이 입주해 있고 기술사업화 등 기업지원도 지금까지 100회 이상 수행했다.
최근에는 5년간 500억원 규모로 추진하는 고속비행체 핵심 부품 개발사업 총괄책임자를 맡아 2500℃에 달하는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핵심 부품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조 수석연구원은 “이들 핵심 부품 제조 기술은 우리나라의 든든한 안보에도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큰 보람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학창 시절 흑연 연구에서 출발해 한국세라믹기술원에서 세라믹 소결 연구를 이어가면서 지금까지 한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다는 점은 연구자로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주=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