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변호사의 IT경영법무]〈13〉지브리 프사, 저작권 위반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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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

국내에 몇 없는 AI 전문 변호사이다 보니 정부 기관이나 방송사로부터 관련 문의를 자주 받는데, 최근 지인들로부터 카카오톡 프로필이나 SNS에서 지브리 프사를 사용하면 저작권 위반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저작권법 등을 고려할 때 챗GPT 제작사 OpenAI의 저작권 위반이 인정되기 어려우므로, 이를 비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의 저작권 위반도 인정되기 어렵다.

저작권은 미국에서 확립된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idea-expression dichotomy)에 따라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고, 표현만을 보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우리 법원도 '회화에 있어서의 화풍 등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단지 그 아이디어에 의해 작성된 표현물 자체가 보호의 대상이 된다'는 입장이며(서울중앙지방법원 89가합39285 판결), 일본 문화청도 작년 3월 화풍은 아이디어에 해당하므로 저작권으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지브리의 표현물(이웃집 토토로와 같은 캐릭터)이 아닌 지브리의 화풍(그림체)은 아이디어에 해당하므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저작권 위반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만약 OpenAI가 크롤링 등으로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무단 사용하였다면 'AI 학습 저작권' 침해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의 가능성이 있다.

필자가 이전 칼럼('AI 시대, 방송사와 네이버의 AI 학습 저작권 분쟁')에서 밝힌 바와 같이, AI 학습 저작권의 경우 'AI 학습이 저작물의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한편 부정경쟁방지법의 경우 '타인의 성과를 모용(冒用)했는지 여부'가 쟁점인데, 동법 제2조 제1호 파목은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즉 '타인 성과물 모용행위'도 보충적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OpenAI가 이용자가 생성한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 초상권 등과 같은 퍼블리시티권이 문제 될 수 있다.

법은 최소한의 상식이다. 누군가가 평생 노력하여 만든 가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법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지브리 사태로 우리는 AI가 특정 산업에 국한되는 기술이 아니라 인류의 삶에 녹아드는 범용 기술임을 경험하게 되었다.

지브리가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남의 일이 아니다. 다음은 우리의 K-팝, K-드라마, K-웹툰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AI 산업 진흥 사이의 균형감각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관련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

최근 지브리 이미지와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폭싹 속았수다'에서 어려운 주인공 부부를 도와주는 노부부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사름 혼자 못 산다이, 고찌글라 고찌가, 고찌글면 백리 길도 십리 된다.(사람 혼자 못 산다, 같이 가자, 같이 가, 같이 가면 백리 길도 십리 된다.)

AI 시대, 인간이 인간을 돕고 지켜야 한다.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 minha-khm@naver.com

저자소개 :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는 인공지능(AI)·정보기술(IT)·지식재산(IP)·리스크관리(RM) 및 경영전략 전문 변호사이다. 법제처·한국법제연구원 자문위원, SBS 자문위원, MBN 자문위원, 교육부·전자신문 IT교육지원캠페인 자문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인력양성사업 자문위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인식개선사업 자문위원, 경상북도청 지식재산전략 자문위원, 안동시청 지식재산관리 자문위원,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해외투자 및 저작권사업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정하정 기자 nse033@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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