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했다. 지난 2월 금리 인하 이후 한차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내수 부진도 우려되지만 트럼프발(發) 관세 정책으로 인한 높은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 등 금융안정을 고려한 판단이다. 이날 한은은 '경제상황 평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5%)를 밑돌 것으로 관측했다. 구체적인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내달 발표된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경기 부진 및 글로벌 통상여건 악화로 성장 하방 위험이 커졌다”라면서도 “미국 관세정책 변화와 정부 경기부양책 추진 등에 따른 전망경로 불확실성이 크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대출 흐름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6명 금통위원 중 신성환 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을 내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 위원은 물가를 보면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환율과 가계부채 등 우려할 부분이 남아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경기 둔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추가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했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 설명했다.
이 총재는 미국발 관세 충격이 통화정책에 미친 영향과 관련해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며 “미국 관세 정책 강도와 주요국 대응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만큼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에 대해서 그는 “경제 모델로 따져보면 펀더멘털보다는 더 절하된 상황”이라며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과 정치 불확실성이 안정되면 더 내려올 여지가 있는 것으로 경제 모델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재는 “변동성이 줄어들려면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이 어떻게 될지,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수용할지 보복할지 등이 정해져야 한다”고 내다봤다.
금리 동결에 따라 한미 금리차이도 1.75%P로 유지됐다. 현재 미국 금리는4.25%~4.50%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